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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창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끄는 조건들/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시론] 평창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끄는 조건들/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2018-01-22 23:16
업데이트 2018-01-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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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동계올림픽도 남북 관계만큼 큰 일은 아닌 듯하다. 주변 행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북한의 올림픽 참여 문제와 현송월 방문 등이 모든 언론의 첫 장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왜 평창올림픽에 오려 할까? 그 속내를 알긴 어렵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미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한국과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으니 잘 지내자는 의미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강조하는 ‘북핵 평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이러한 거짓 평화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을 돌아보면 북한은 불리하면 대화하고 유리하면 도발해 왔다. 수많은 핵·미사일 실험은 물론이고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말만 믿기에는 과거 기록이 너무 좋지 않다. 핵보유를 인정하는 순간 남북 관계의 주도권은 북한이 쥐게 된다. 핵비확산체제 측면에서도 허용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 낸 진정한 평화, 즉 ‘비핵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핵 평화’와 ‘비핵 평화’ 대결의 서막이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기회로 활용하며 ‘우리민족끼리’라는 평화 슬로건과 미녀 응원단이 만들어 낼 다양한 ‘화젯거리’를 한국과 전 세계에 전달하려 들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하려 할 것이다. 북측의 의도는 알고 있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다는 구상인 것이다. 제한된 남북 접촉의 기회를 고려할 때 평창올림픽이라는 좋은 기회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다만 남북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만큼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사안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평창올림픽을 넘어서는 구상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한국과 북한의 공통점은 평창 참여고 차이점은 비핵화 문제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경제 문제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같은 군사 문제는 평창과 비핵화 사이의 연결 다리다. 평창올림픽 참여를 남북 관계 전반에 관한 대화로 키우고 다시 북·미 대화나 비핵화 대화로 연결시켜야 의미 있는 결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대화의 연결고리를 언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상황의 회귀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북한이 평창에서 체제 선전만 하고 돌아간다면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따스한 시선도 다시 차가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가 지나간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상황을 지난해 12월로 되돌린다 해도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평창에 올인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끝으로 협상에서 저항점을 준수해야 한다. 저항점은 협상을 하는 데 추가 양보가 어렵고 더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의미한다. 현 단계에서 협상의 저항점은 한·미 동맹과 비핵화 공조다. 북한이 선전 선동을 넘어 보다 공세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평화를 만드는 노력 못지않게 그간 평화를 지켜왔던 안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한 번 훼손된 동맹이나 비핵화 공조는 다시 복구하기 쉽지 않다. 북측도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던 만큼 평창에 오지 않을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다. 따라서 당당히 대응하며 우리 주도의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비핵 평화’가 ‘북핵 평화’를 이기고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뿌리내리는 길이다.
2018-0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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