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극단적 대립 피해야…냉정하고 차분하게 수사 지켜보길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분노의 마음’, ‘모욕’, ‘정치 금도’ 등 노기가 서린 표현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문 대통령은 싸늘했던 전직 대통령과 달리 환한 웃음과 소탈한 행보로 국민의 마음을 샀다. 그랬던 대통령이 격한 감정을 보인 것은 이 정부의 ‘역린’인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거론됐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와 자살은 정치 진영을 떠나 한국 정치사에서도 가슴 아픈 한 페이지다. “논두렁 시계를 운운하며 전직 대통령을 치졸한 방법으로 망신을 줬어야 했느냐”는 자성과 함께 “정치보복은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적반하장식으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의혹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니 대통령 이전에 개인적으로도 울분이 터질 만하다. 더구나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대목에서는 정권을 흔드는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국정원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있고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도 국정원 돈이 전달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을 해명하지는 않고 이 전 대통령은 그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먼저 논란의 불을 댕겼다. 우리는 이런 정치적 공방보다는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고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이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진실 규명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념적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라디오방송 등에 나와 현 정권과 검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삼가야 한다.
문 대통령 또한 더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고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아야 한다. 어제 발언은 이 대통령 측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수사의 가이드라인으로도 비칠 수 있다.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은 피해야 하며 오직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검찰에 맡기는 게 옳다.
전·현 정권의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진영 대결과 대립을 부추기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양 진영 모두 차분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2018-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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