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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마식령 스키장과 동해안 육로/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마식령 스키장과 동해안 육로/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8-01-18 22:56
업데이트 2018-01-1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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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시아 하이웨이’(Asian Highway)를 알리는 표지판이 가끔 나타난다. 아시아 각국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자 32개국을 연결하는 총연장 14만㎞의 국제 자동차 도로망이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일찌감치 1959년 채택한 ‘아시아 하이웨이 프로젝트’(AHP)다.
한국은 2개 노선이 여기 들어 있다. 일본~부산~서울~평양~신의주~중국~베트남~태국~인도~파키스탄~이란~터키로 이어지는 1번 노선(AH1)과 부산~강릉~원산~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로 이어지는 6번 노선(AH6)이다. AH1과 AH6는 각각 터키와 러시아에서 유럽대륙의 고속도로망에 합류한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종종 흘러나온 해저터널 구상도 아시아 하이웨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는 부산~쓰시마~이키시마~후쿠오카를 잇는 노선을, 일본은 후쿠오카나 가라쓰에서 출발해 이키시마와 쓰시마를 거쳐 부산이나 거제도를 종착지로 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AH1의 부산~서울 노선이 경부고속도로라면 AH6의 부산~고성 노선은 7번 국도다.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아름다운 7번 국도에서도 AH6를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AHP에 우리나라는 서명했지만, 북한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북한 구간은 여전히 ‘막힌 길’이다.

아시아 하이웨이는 우호·협력의 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AH1과 AH6의 통행이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우리 상품을 트럭에 실어 유럽이나 베트남, 인도, 이란으로 직접 나르는 것은 바닷길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 하이웨이는 중국횡단철도(TCR)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유럽 화물 수송에 결정적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AH6는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동북지방 물류 수송에 엄청난 강점이 있다. 7번 국도처럼 고성~원산~함흥~나진을 잇는 북한의 도로는 일제강점기 건설됐다. 일부는 금강산 육로관광에 활용되어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남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금강산에서 공동 문화행사를 하고 원산 마식령 스키장을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데 합의한 것을 놓고 논란이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고성~원산에 이어 원산~나진까지 육로로 이용할 수 있다면 두만강 건너는 러시아 하산이다. AH6의 완성이다. 정부가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활용을 북한에 제안한 배경에는 당연히 이와 관련한 ‘큰 그림’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dcsuh@seoul.co.kr
2018-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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