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연방제 도입 추진… 두테르테 장기 집권 꼼수?

입력 : 2018-01-17 22:40 ㅣ 수정 : 2018-01-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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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축출 31년 만에 개헌 논의
단임제 대통령 빈곤해소 계속 실패
두테르테 재당선 땐 최장 16년 통치

필리핀 정부와 의회가 31년간 유지해온 대통령 6년 단임제를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전환하고 연방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65~1986년 재임) 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1987년 헌법 체제’가 빈곤 해소와 국가 안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이유다. 한편으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술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필리핀 하원은 지난 16일 헌법 개정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하고 이를 위한 상·하원 합동 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1986년 마르코스 대통령이 축출된 뒤 1987년부터 시행된 단임제 헌법을 통해 그동안 6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원 헌법 개정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은 총리가 행정 수반으로 내치를 맡아 내각제 형식을 띠지만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국방·외교를 담당하고 정부 감독권도 갖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이 밖에 전국을 5개 연방주로 재편해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19년 5월까지 개헌 작업을 완료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부터 새 헌법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하원 모두 친(親)두테르테 진영이 장악하고 있어 개정안의 의회 통과는 문제없지만 국민 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론의 향배가 변수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현직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라몬 카시플 자문위원은 “모든 선출직 공무원들은 1987년 헌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새 헌법이 나오면 모든 사람들은 백지상태에서 똑같이 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집권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 재출마해 다시 당선된다면 최장 16년간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논란이 불거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가 추구하는 것은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갖고 공존하는 정부와 연방제 국가”라며 “2022년 이후 대통령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장기집권설을 부인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1-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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