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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거듭나기] 고전 인용은 조심해야

[최준식의 거듭나기] 고전 인용은 조심해야

입력 2018-01-14 23:08
업데이트 2018-01-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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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다시 해가 바뀌자 사람들이 중국 고전을 인용하면서 자기 나이를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이제 내 나이 50이니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갔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소(苦笑)를 금치 못한다. 너무나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나이 50의 지천명은 공자나 이를 수 있는 경지이지 평범하디평범한 우리는 쳐다볼 수도 없는 경지이다.

한국인들은 중국 고전을 인용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맹자 같은 사상가부터 삼국지의 유비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을 흡사 이웃집 아저씨처럼 느끼고 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그런데 제 나라에도 훌륭한 사람이 많고 빼어난 고전이 많은데 왜 중국 것만 찾는지 모르겠다. 남의 나라 고전을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인용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인용의 예가 적지 않지만 오늘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관계된 것이다. 공자는 논어의 ‘위정’(爲政) 편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이 인격적으로 어떻게 성숙해 나아갔는가를 술회하고 있다. 이를 테면 간단하게 본 공자의 일대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문제라는 것이다.

내용인 즉,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는데(지우학, 志于學) 이때 말하는 학문은 ‘국영수’가 아니라 인간됨에 대한 학문이다. 어떻게 하면 바른 인간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또 30세에 굳은 뜻을 세우는데(입, 立) 이것은 그때까지 공부한 것을 가지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향방을 정했다는 것이다. 벌써 인생관이 선 것이다. 그렇게 10년을 매진하면 40세에는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불혹, 不惑)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다음은 50세에 다다라 천명을 알았다는(지천명, 知天命) 경지이다. 이것은 자신의 숙명이 주나라의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윽고 그는 60세에 귀가 순해지는(이순, 耳順) 경지에 도달해 누가 어떤 말을 하든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도인의 징표 가운데 하나는 성을 내지 않는 것인데 공자가 이때 이런 경지에 들어간 것이다. 70세가 되자 공자는 어떤 일을 하든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불유구, 不踰矩)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마음이 도와 하나가 되어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이런 공자와 비교하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선 우리는 이런 학문에 뜻을 세워 본 적이 없다. 사람되는 것을 가르치는 학문을 배워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운 것은 모두 입시 아니면 취직 시험에 나오는 것뿐이다. 그다음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공자는 40세를 불혹이라 했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공자 같은 성인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조그만 유혹에도 흔들린다. 돈과 권력 앞에서 마구 흔들린다.

또 공자가 50세에 천명을 알았다고 하는 것은 우리와 수준이 영 다르다. 공자는 당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그 전 왕조인 주대의 문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믿었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천명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해에 따라 목전에 있는 것만 헤아리기 때문이다.

공자는 또 70세에 법도와 하나가 되었다고 했는데 우리의 70세는 어떠한가. 고집만 세지고 오만함만 남지 않는가. 이것은 6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내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자의 경지는 언감생심이다. 이런 공자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평범한 우리를 천재와 비교하면서 그들과 동일시하는 것과 같다. 어떤 천재가 초교 때 미적분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초등학생이 된 친구가 나도 이제 미적분을 풀 나이가 됐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실 공자가 70세에 다다른 경지도 도가나 선불교에서는 아직 도에 이르지 못한 경지라고 치부한다. 아직도 선악을 분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 세계는 이렇게 멀고 깊다. 그 경지는 고사하고 고전을 제대로 인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018-01-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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