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집중하라 2018/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입력 : 2018-01-02 22:44 ㅣ 수정 : 2018-01-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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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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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새해맞이는 기대와 소망을 품게 하기에 새롭고 활기찬 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시작됐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거리낌 없이 튀어나올 정도로 신년 같지 않은 신년이다. 새해의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등 뒤에 엄습하고, 불투명한 내일이 희망 대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시민의 힘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다방면에 걸쳐 고치고 바로잡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국내며 외교며 난마처럼 얽힌 난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아직 없다. 그렇게 우리는 2018년 새해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처럼 깨어난 시민의 힘이 현 정권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용광로 같은 이런 열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겠는가. 아닐 것이다. 힘을 못 쓸 정도로 힘이 빠지지 않았고, 아직은 기세가 살아 있는 권력을 그렇게 날려 버릴 정도의 강력한 힘은 순간의 감정 폭발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차곡차곡 조직화되고, 내적으로 응축된 힘이 실정을 비집고 일시에 분출됐다고 봐야 한다.

며칠 전 검·경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 그리고 박상기 법무,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영화 ‘1987’을 관람했다. 1987년 겨울 치안본부(현 경찰청)로 끌려가 물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을 ‘탁 하고 (책상을)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사정 당국의 조작 발표는 시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해 7월 연세대생 이한열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8월 전대협 발대식이 충남대에서 열렸다. 비록 처해 있는 곳은 달랐지만 불의에 항거하는 30년의 유전자(DNA)가 살아 움직인 것이다. 그 힘을 현 정권이 받고 있는 터라 이전 진보 정권과는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인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싶지 않았겠나. 그러나 이는 구호로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럴 만한 힘과 배경이 없었기에 그토록 갈구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한 사람은 비운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제 미완의 숙제를 현 정권이 풀어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는 단순히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심화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도 눈앞에서 불합리한 주장과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합리가 외면당하고 불합리가 통제받지 않고 작동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적폐청산은 민주주의 회복과 직결돼 있다. 외과수술하듯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야 한다. 적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제거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벌백계식 단죄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던 악습과 폐해를 걷어내는 제도개혁이 근본이다. 겉으로 드러난 독초만 잘라내고 끝내선 안 될 일이다. 지금처럼 정권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빗자루질 몇 번하고 건물을 올렸다가는 바람 한번 불면 건물이 성할 리 없다. 땅을 깊게 파야 한다. 기반석이 나오면 기반석을 뚫어 견고한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건물을 세운다면 그 어떤 풍파도 견딜 수 있다.

새해에 집중해야 할 것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다름 아닌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반도체 굴기를 현실화한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꽃인 인공지능에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우리의 인공지능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에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초라하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기존 산업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신사업’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고용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적 규제’가 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규제혁파를 강조했지만 죄다 실패했다. 문 대통령 역시 규제개혁과 혁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재계 수장들의 신년사 요지는 규제혁파 호소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말 아닌가. 분명한 것은 과잉규제로 자승자박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잿빛 미래가 될 것이란 점이다.

ykchoi@seoul.co.kr
2018-0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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