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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전역서 반정부·반체제 시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전역서 반정부·반체제 시위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12-31 19:46
업데이트 2017-12-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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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핵협상 실패 불신 팽배

정부 통제로 사상자 확인 안 돼
트럼프 “탄압 정권 지속 못해”


수도인 테헤란 등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정부·반체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군중 일부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은 지속될 수 없다”고 이란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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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이란 반정부 시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의 테헤란대 학생들이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물가 상승 등 경제정책 실패를 규탄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체제 비판으로 이어져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테헤란 AFP 연합뉴스
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테헤란, 이스파한, 케르만샤, 아흐바즈, 하메단 등 이란의 주요 지역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3일째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집회·시위를 극도로 통제하는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은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당선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테헤란 일대에서만 집회가 열렸으나 이번에는 전국적인 상황이어서 향후 정국 추이가 주목된다.

영국 가디언은 시위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인용해 “대규모 시위 현장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고 전하고 “최고지도자의 종교적인 권위에 대한 비난을 금기시하는 국가에서 이러한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올린 SNS 동영상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끌어내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테헤란대 주변에 모인 1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로하니 대통령을 비판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특히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팽창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WSJ는 “시위대가 이슬람 개혁주의와 강경주의를 끝낼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란 국민들은 이슬람 공화국을 원하지 않으며 개혁주의자와 강경론자들의 시대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벌이고 있다. 가디언은 “서부 로제스탄주의 도루드시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이 사망했다”면서 “추가로 2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언론이 현지에서 보도통제를 받고 있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는 지난 29일 정부 지지자 수천 명이 테헤란과 마슈하드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란 정부가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 메신저 ‘텔레그램’을 폐쇄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8일 시아파 순례자들이 모이는 성지이자 이란의 제2 도시인 마슈하드에서 시작됐다. 시위대는 정부에 물가 폭등과 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일 52명이 현장에서 연행되면서 시위가 한층 더 격화됐고 이튿날인 29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됐다. 주프랑스 이란 대사관과 주독일 이란 대사관 주변 등 해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경제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올해 6.5%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등은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석유 생산·수출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12%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 속았다”는 불만과 함께 핵협상을 주도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극도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탄압하는 정권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면서 “세계가 (이란을)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도 “이란 국민의 기본권과 부패 종결에 대한 요구를 모든 국가가 나서 공개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01-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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