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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삼남매 삼킬 때…만취 엄마 혼자 베란다 피신

화마가 삼남매 삼킬 때…만취 엄마 혼자 베란다 피신

최치봉 기자
입력 2018-01-01 00:32
업데이트 2018-01-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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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화상’ 친모 과실치사 체포

발화점 가스불 → 담뱃불 말 바꿔
화재 전 前남편에 자살 암시 문자
신고 안 하고 아이들에 이불 덮어
아빠는 삼남매 두고 피시방 외출


정유년 마지막 날인 31일 새벽 광주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잠자던 어린아이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삼 남매를 내버려둔 채 집을 나갔다가 술에 취해 들어온 어머니와 피시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던 아버지의 행동 모두 이해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은 친모를 ‘과실치사 및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28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모 아파트 11층 A(23·여)씨 집에서 불이 나 A씨의 네 살·두 살 난 아들과 15개월 된 딸이 숨졌다. 아이들은 아이들 방에서, A씨는 손과 발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발견됐다.

A씨는 아이들과 잠자다가 불길을 발견하고 베란다로 뛰쳐나와 전남편 B(22)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피시방에 있던 B씨는 곧바로 119에 구조 요청했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25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아파트 작은방 내부에서는 삼 남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경찰에서 애초 “라면을 끓이기 위해 주방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놓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 잠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담뱃불을 잘못 끄고 잠든 바람에 불이 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불이 나기 전날 오후 7시 40분쯤 아이들과 B씨를 집에 남겨 두고 외출했다. A씨는 지인을 만나 술을 마셨다. 삼 남매의 친부인 B씨도 오후 9시 44분쯤 아이들을 집에 남겨두고 피시방을 찾았다. A씨는 만취해 이날 오전 1시 50분쯤 귀가했다.

경찰이 A씨에게 방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화재 당시 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A씨는 화재 직후 어린 아들과 딸을 구하지 않고 베란다로 뛰쳐나가 남편에게 전화했다. 이 과정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 몸에 이불을 덮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직전 전남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한 것도 방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A씨는 화재 전후 수차례 밖에 나가 있던 B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불이 나기 전 7차례, 불이 났다고 1차례, 베란다에서 구조된 직후 1차례 등 9차례 통화를 하거나 시도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A씨는 전화 응대를 하지 않는 B씨에게 카카오톡 대화도 3차례 했는데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그리고 죽을 거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경찰은 B씨 진술 결과 A씨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죽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자녀 양육 문제 등을 두고 다퉜다고 설명했다. 이혼 뒤 삼 남매 양육 등 경제적 문제를 비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와 B씨는 지난 9월 이혼 소송에 들어가 지난 27일 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 판결을 받았으나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A씨가 삼 남매 양육을 맡고 B씨는 매달 양육비 9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그간 월세 35만원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남편이 지난 10월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 중 다리를 다쳐 일을 그만뒀고 A씨도 비슷한 시기에 모 통신사 상담사로 일하다 아이 양육 문제로 실직했다.

A씨 가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A씨 친정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최근 A씨 가족은 3개월간 긴급생활복지 지원을 신청해 광주 북구에서 137만원을 지원받았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8-01-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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