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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3명 사망, 엄마 “이불에 담뱃불 비벼 껐다”…아빠는 PC방서 게임

어린아이 3명 사망, 엄마 “이불에 담뱃불 비벼 껐다”…아빠는 PC방서 게임

장은석 기자
입력 2017-12-31 19:31
업데이트 2017-12-3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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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새벽 4살·2살·15개월 3남매가 아파트 화재로 숨진 사건에 대해 20대 친모가 “담뱃불을 끄려고 이불에 비볐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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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어린 3남매 숨져…술 마시고 들어오는 친모
화재로 어린 3남매 숨져…술 마시고 들어오는 친모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3남매가 숨지고 술에 취한 20대 친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사진은 이날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3남매 친모의 모습. 2017.12.31 [광주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불이 난 사실을 안 친모가 어린 남매를 깨우지 않고 혼자 베란다로 피신,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친모가 (이불에 비빈)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잠든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했다”며 수사 진행 상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3남매 친모 A(22)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추워서 거실로 들어왔다. 막내가 칭얼거려서 안아주다가 같이 잠들었다”고 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서와 함께 진행한 현장감식을 통해 발화 지점을 3남매가 숨진 작은 방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실수로 발생한 화재였음을 설명하는 A씨 진술을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방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채 추가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자연스럽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아이들 친부도 평소 A씨가 집안 아무 곳에나 담배를 비벼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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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화재 현장
광주 아파트 화재 현장 31일 오전 2시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아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진화된 화재현장의 모습.(광주북부소방서 제공)2017.12.31/뉴스1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친모의 행동은 경찰 조사에서 잇따라 드러났다.

A씨는 화재 당일 저녁 광주지역 대학로 번화가에서 술을 마셨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로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다.

A씨는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깨어나 연기와 화염을 발견한 뒤 잠든 아이들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혼자만 베란다로 뛰쳐나갔다.

이불을 뒤집어씌운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그랬다”며 “불을 끄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손과 발에 화상을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119나 112상황실에 전화하는 대신 불이 나기 전 집을 나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던 아이들 친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남매 친부는 A씨가 외출한 지 2시간쯤 지난 오후 9시 44분쯤 아이들밖에 없는 집을 나가 피시방을 찾았다.

화재 발생을 전후로 A씨는 최근 이혼한 아이들 친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3차례 보내고, 음성통화를 9차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죽을 거야’ 등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평소에도 전남편에게 이러한 말을 자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국과수·소방서 현장감식을 통해 담배꽁초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소화수에 젖어 전원이 꺼진 A씨 휴대전화가 온전한 상태로 아이들 방에서 수거됐다.

화재 발생 이후 베란다로 대피해 전 남편과 통화를 했던 A씨 소유 휴대전화가 불이 꺼진 방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서도 경찰은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참고인 신분인 A씨는 이날 진술을 마치면 귀가할 예정이다.

아이들 사망원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잠정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의가 눈으로 살펴본 결과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며 “코와 입에서 검은 그을음이 발견된 정황으로 봐서 불길이 시작된 당시에는 살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불이 어떻게 나고 아이들이 왜 사망했는지를 분석한 국과수 보고서가 나오려면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불을 낸 고의성 입증 여부에 따라 A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세 남매가 숨지고 A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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