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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7일 철야 근무… ‘AI 공무원’ 1년새 3명 과로사

주 7일 철야 근무… ‘AI 공무원’ 1년새 3명 과로사

이하영 기자
입력 2017-12-24 22:20
업데이트 2017-12-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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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근무 중 쓰러진 곡성 공무원 뇌출혈 투병 12일 만에 끝내 숨져

격무에 수의직에는 지원자 없어 “인력 확충 위한 처우 개선 시급”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AI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근무를 하던 공무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까지 사망자만 3명에 이른다. 반복되는 공무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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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검출 오리 고온 살균
AI 검출 오리 고온 살균 11일 오전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한 종오리 농장에서 방역 요원들이 오리를 예방적 살처분한 후 임시 방역 조치한 더미를 고온 살균하고 있다. 이 농장은 산란율 감소로 농장주의 신고를 받고 검사한 결과 H5N6형 AI로 확진됐다. 2017.12.11
연합뉴스
24일 전남 곡성군에 따르면 전남권 고병원성 AI 발병으로 비상근무 중 쓰러진 곡성군 권삼주(52·6급) 안전총괄팀장이 투병 12일 만인 지난 23일 숨졌다. 권 팀장은 지난 11일 AI 영상회의를 마친 뒤 뇌출혈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AI 담당 공무원의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수의직 한대성(49·6급) 축산방역팀장은 AI 방역 업무에 매진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또 지난해 12월 AI 방역을 담당하던 성주군 농정과 정모(40·9급)씨도 과로사했다.

2014년 AI가 한국 농가를 크게 할퀸 이후 지자체 축산과, 동물방역과 등 유관부서들은 매년 10월쯤부터 이듬해 5월쯤까지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다. 담당자들은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오면 주말도 없이 출근해 격무에 시달린다.

현장 공무원들은 잇따른 과로사에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우 개선 없이는 추가 인력 확보도 어려워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수의직 공무원에는 지원자가 없어 지자체들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도와 전국 26개 시·군에서 채용 인원 57명의 ‘수의 7급 공무원’ 채용 공고를 내걸었지만 총 82명만이 응시해 경쟁률이 1.4대1에 불과했다. 특히 AI·구제역 상습 발생지인 안성을 비롯해 여주, 포천 등 14개 시·군은 모집 인원도 채우지 못했다.

이재일 전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수의학과 학생들이 지방자치단체 수의직보다 동물병원 등에 취업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수의직으로 들어갔다가도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면서 “지자체 수의직 근무지 대부분이 도시에서 떨어져 있고 과도한 업무에 AI가 발생할 경우 철야 근무도 많지만 보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한 지역 공무원은 “담당 부서 직원들은 AI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난 11월부터 주 7일 철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도현 전남도 수의정책팀장은 “방역에 특히 중요한 수의직종은 6년제 대학을 나온 수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업무인데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자원할 리 만무하다”면서 “처우를 개선하고 현장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7-1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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