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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내, 지문 없어질 정도로 발버둥쳤는데…유리창 왜 안깼나”

“숨진 아내, 지문 없어질 정도로 발버둥쳤는데…유리창 왜 안깼나”

장은석 기자
입력 2017-12-22 08:58
업데이트 2017-12-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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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 나선 민간 사다리차
구조 나선 민간 사다리차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9층짜리 복합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안에 갇힌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민간 외벽 청소 업체가 ‘스카이차’로 불리는 고소작업차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제천 연합뉴스
특히 사건 현장 주변에서 “불이 난 지 1시간 넘게 건물 안에 갇혔던 사람이 외부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결국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7분여 뒤인 오후 4시였다.

그러나 소방·구조 인력이 현장에 도착한 지 30∼40분 뒤에야 2층 여성 사우나에 진입했다. 이때는 이미 20명이 화마에 휩싸여 숨진 뒤였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는 1층의 차량이 불타고, 주변의 LP가스가 폭발할 위험이 있는 데다 연기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2층의 유리를 깨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명이 숨진 2층 사우나의 유리를 출동직후 곧바로 깼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조했을 것이라고 현장을 지켰던 목격자들은 안타까워했다.

유족 류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씨는 “사우나 안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유리창을 깨기 위해서 필사의 몸부림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는 물만 뿌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굴절 소방차와 고가 사다리 소방차로 고층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한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는 한 때 굴절 소방차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당국은 기계 고장이 아니라 사고 현장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굴절 소방차를 설치하는 데 30분가량의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소방당국이 고층에서 구조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고층으로 피신했다가 목숨을 건진 사람은 모두 5명이다.

굴절 소방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의 스카이 차가 출동해 8층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3명을 구조했다.

만일 이 업체가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업체가 구조한 뒤 뒤늦게 굴절 소방차가 8층에 있던 1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또 다른 1명은 고층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소방서가 설치한 에어 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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