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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합병 가이드라인’ 변경] 공정위의 뒤늦은 바로잡기… 이재용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

[공정위 ‘합병 가이드라인’ 변경] 공정위의 뒤늦은 바로잡기… 이재용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12-21 23:20
업데이트 2017-12-2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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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공정위 전원회의 “900만주 팔아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나마 특정 기업인 삼성에 유리하게 설계된 순환출자 금지 해석 기준을 바로잡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 집행기관인 공정위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등 권력의 외압에 흔들려 불공정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 이미 행정 처분이 끝난 과거 사건에 대한 결정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법 집행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일부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개 숙인 공정위원장
고개 숙인 공정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매각’ 명령이 잘못됐다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404만주 추가 매각을 담은 새로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세종 연합뉴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9월 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기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0개에서 7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같은 해 12월 16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900만주(지분율 4.7%)를 매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일주일 만에 바뀌어 처분 주식 수가 500만주(2.6%)로 반 토막 났다.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이 공정위 기업집단과 실무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도한 결정이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삼성의 청탁을 받고 김 전 부위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밝혀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의 오류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며 뼈를 깎는 내부 노력으로 공정거래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가이드 라인이 바뀌면서 삼성SDI는 404만주(2.1%)에 달하는 주식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5276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과거 결정한 사항을 규정이 변했다는 이유로 다시 적용하면 소급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이 공정위 결정을 따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성공한 로비’라는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에 따라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침을 변경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단이 최종심에서 바뀔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설사 법원이 일부 판단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는 법이 바뀐 것이 아니라 법 해석 기준이 바뀐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내부 검토뿐만 아니라 다수 법률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했는데 모든 행정학자와 경제법학자들이 소급과 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삼성 입장에서 기존 신뢰가 침해됐다는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또는 상황에 따라 공정위 결정이 번복된다면 행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던 점을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그는 “앞으로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롯데 등 많은 사례에 적용될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명확한 판단 기준을 법적 근거가 있는 예규로 만드는 것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와 관련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법조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집행기관으로서 일부 충돌하는 내용도 있어 궁극적으로 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12-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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