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표준국어대사전이 민간 출판사의 국어사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국가가 편찬한 것이어서 더 권위가 있었고, 기준이 돼 왔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찍는 데도 신중했다. 표준사전의 독자들이 ‘국민’이기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국민의 자격으로 사전을 ‘감시’도 했다.
열흘쯤 뒤 국어원은 알림 글을 다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잘생기다’는 형용사 ‘착하다’와 성질이 다르다. 기본형이 현재형으로 쓰이지 않는다. ‘착하다’는 어미 ‘-었’이 결합하면, 과거가 되는 ‘착했다’가 된다. 형용사는 ‘-었’이 들어가면 ‘과거’를 뜻한다. ‘-었’이 결합한 ‘잘생겼다’는 형용사처럼 ‘과거’를 나타내지 않는다. 동사 ‘늙다’에 ‘-었’이 결합한 ‘늙었다’같이 현재를 나타낸다. 동사 ‘잘생기다’는 그동안 축적된 국어학계의 논의 결과라고 했다. ‘낡다, 못나다, 못생기다, 잘나다’도 ‘잘생기다’처럼 같은 날 동사 자리로 옮겨 갔다. 자리를 옮겨 간 말들은 새말처럼 여전히 익숙지 않다.
2017-12-21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