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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뻥 뚫린 올림픽 전용 개폐회식장…평창 ‘칼바람’은 누가 막나/김경두 체육부 차장

[오늘의 눈] 뻥 뚫린 올림픽 전용 개폐회식장…평창 ‘칼바람’은 누가 막나/김경두 체육부 차장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7-12-18 22:20
업데이트 2017-12-1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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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고 눈이 많이 내릴수록 걱정거리 하나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지난주 강원 평창을 다녀온 뒤 더 심해진다. 지구촌 겨울스포츠 축제의 꽃인 올림픽 개회식이 ‘추위에 떨었던 기억밖에 없다’는 말들만 나올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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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정책뉴스부장
김경두 정책뉴스부장
평창 개폐회식장은 올림픽 사상 첫 행사 전용 시설이다. 그토록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시설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7층짜리 본관동을 빼고 모두 철거가 가능한 가변식 건물이다. 지붕이 없고 바람을 제대로 막아줄 공간도 없다. 비유하자면 그냥 야외에 의자를 갖다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올림픽 이후 시설 처리를 쉽게 한다는 장점 앞에서 단점은 그저 참고사항에 그쳤다. 8000석 규모의 강릉 아레나아이스 공사비가 2년 6개월에 걸쳐 1300억원 이상 들어간 반면 3만 5000석 규모의 개폐회식장 사업비는 1년 10개월에 1183억원을 투입했을 뿐이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단점이 도드라진다. 이대로라면 최고 150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이 4시간 동안 체감온도 영하 14도에 떨어야 한다. 그나마 VIP석은 본관동 실내에 있어 다행으로 여길 수 있지만 혹한에 노출된 다른 관람객들의 심정은 딴판일 수 있다. 평창 ‘칼바람’은 이성적 사고보다 불편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넉넉할 정도다.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정작 개폐회식장에서 막을 올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장소를 실내로 옮기는 ‘플랜B’가 마련됐지만 이럴 경우 잃는 게 너무 많다. 좁은 공간 탓에 공연 일부가 취소되고 이미 티켓을 구입한 관람객 중 일부는 입장조차 못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허용하더라도 장소가 강릉·평창 일대가 아니라면 거센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동계올림픽을 치른 국가들이 비용을 아낄수 있음에도 왜 개폐회식장을 가변 시설물로 짓지 않았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번 주 개회식 혹한 대책을 내놓는다. 19일로 올림픽 개막까지 52일이나 남은 만큼 늦지 않다.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어떨까. 응급시설을 늘리거나 방한 5종 세트를 내놓는 것으론 축제처럼 즐기고 감동을 받기엔 부족한 듯하다. 집과 TV가 그리워져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golders@seoul.co.kr
2017-12-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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