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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긴 맞벌이 가정, 자녀 정신건강에도 안 좋다

근무시간 긴 맞벌이 가정, 자녀 정신건강에도 안 좋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12-06 13:54
업데이트 2017-12-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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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팀 “일과 가정 균형에 고용주, 정부 책임 크다”

“오늘도 야근이야? 언제 들어올거야.”
일-가정의 불균형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 DB
일-가정의 불균형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 DB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 맞벌이 가정에서 아침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2255시간인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길다. OECD평균 1763시간보다 306시간 더 많이 일하고 주요 선진국인 독일, 덴마크, 프랑스, 영국, 미국은 물론 이웃 일본보다도 300~600시간 더 길다.

이처럼 일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내지 못하면 자녀들의 정신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 이처럼 일과 가정의 불균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주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있다고도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서 책임은 고용주와 정부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시아기업가정신재단 제공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서 책임은 고용주와 정부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시아기업가정신재단 제공
호주국립대와 라트로브대 공동연구진은 호주에 거주하는 2500쌍의 맞벌이 부부와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장기 추적연구를 한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공중보건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자녀들에 대해서는 감정상태, 행동문제, 친구들과 관계, 과잉행동 여부, 부주의 정도 등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맞벌이 부부가 과중한 업무나 긴 근무시간, 고용불안 등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겪을 때 자녀들은 심각한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호주의 연간 근무시간은 1699시간으로 한국보다 370시간 정도 근무시간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인 맞벌이 부부의 60%가 일과 가정의 책임과 불균형 때문에 힘들어 했으며 15% 정도는 스트레스로 인한 성기능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부모의 일과 생활의 불균형이 자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초기 연구 중 하나이지만 이미 전 세계 많은 부모들이 체험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국립대 흐엉 딘 교수는 “부모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책임을 곡예 하듯 어렵게 해내거나 융통성 없는 사람이나 일을 만났을 때 쉽게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일터와 가정이 충돌할 경우 가정에서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연간근로시간이 370시간 정도 적은 호주도 일-가정양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영방송 제공
한국보다 연간근로시간이 370시간 정도 적은 호주도 일-가정양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영방송 제공
딘 교수는 일과 가정의 불균형이 계속될 경우 아이들은 쉽게 불안감을 느끼거나 소심해지기 쉽고 더 큰 정신건강 문제로 발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부모의 사정이 나아지면 자녀의 정신건강도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라트로브대 아만드 쿠클린 교수 역시 “관리 가능한 시간, 자율, 유연성, 고용안정은 직원의 건강과 업무 효율성,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쿠클린 교수는 “회사의 발전은 노동 유연성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업무의 유연성이 가져다 주는 것”이라며 “한 사회의 정신건강은 작게는 직장 상사에서 시작해 고용주는 물론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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