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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낙태죄 폐지 청원 답변…“낙태죄에 국가·남성 책임 빠져 있어”

조국, 낙태죄 폐지 청원 답변…“낙태죄에 국가·남성 책임 빠져 있어”

오세진 기자
입력 2017-11-26 14:53
업데이트 2017-11-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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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임신중절) 폐지’를 촉구한 청원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3만명이 넘는 시민의 동의를 얻으면서 청와대가 이 국민 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자로 나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청와대는 26일 ‘친절한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동영상에 담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청와대 홈페이지와 청와대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죄가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3년 9월 학술지인 ‘서울대학교 법학’ 기고문에서 “형법은 낙태 처벌을 규정하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범위는 협소하지만, 낙태는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 낙태죄의 사문화(死文化)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낙태 감소는 낙태의 범죄화와 형사처벌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지속적·체계적 피임교육, 상담 절차의 의무화,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입양 문화의 활성화 등 비형법적 정책을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 수석은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는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됐으나 201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8년 만에 재개된다.

조 수석에 따르면 2010년 조사 기준으로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 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며,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2000만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중 6만 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이날 조 수석은 “실태조사 재개와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면서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이날 현재까지 23만 5372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청원이 올라온 뒤 30일 안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글은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도록 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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