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제작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멀게는 드라큘라, 미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 몬스터들을 앞세워 1930~40년대를 선도했던 유니버설과 해머(영국)에서부터 가깝게는 1980년대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급부상한 뉴라인 시네마, 1990~2000년대 ‘헬레이저’와 ‘스크림’ 시리즈로 입지를 다진 디멘션 필름 등이 있다. 요즘 단연 돋보이는 스튜디오는 신흥 명가로 급부상한 블룸하우스다.
설립된 지 십수 년에 불과한 회사가 역대 공포 영화 흥행(북미 시장 기준) 톱 10에 ‘겟 아웃’(3위), ‘파라노말 액티비티’(6위), ‘파라노말 액티비티3’(8위) 세 편을 올려놓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것’(1위), ‘컨저링’(5위), ‘컨저링2’(10위)를 진입시킨 뉴라인 시네마와 동률.
겟 아웃
파라노말 액티비티
블룸하우스는 적은 예산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해 대박을 터뜨리는 것으로 더 유명한 스튜디오다. 2009년 단돈 1만 5000달러(약 1650만원)로 만든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9440만 달러(약 2150억원)를 벌어들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위자’, ‘퍼지’,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25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블룸하우스 작품들이 국내에서 빛을 발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경우 국내에서는 40만명 동원에 만족해야 했다. ‘인시디어스’ 등 또 다른 프랜차이즈 시리즈들도 모두 고만고만한 성적을 거뒀고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관계 맺기에 공포를 접목시키며 기대를 모았던 ‘언프렌디드’도 22만명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다가 올해 초 M 나이트 시아말란이 연출한 ‘23아이덴티티’가 167만명을 끌어모으더니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비튼 ‘겟 아웃’이 213만명을 동원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던 ‘해피데스데이’도 블록버스터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제치고 1위로 역주행하는 등 2주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공포물은 흥행’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스크림’ 같은 틴에이지 공포물에 시간 반복의 타임 루프 설정을 입힌 ‘해피데스데이’의 경우 예매 관객 중 10대와 20대 비중이 70%에 이른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23아이덴티티
해피데스데이
영화사 하늘의 김종욱 실장은 “블룸하우스 작품들의 선전은 신선함과 독창적 기획력,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 파괴와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등 공포물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는 점이 요즘 젊은 관객들의 성향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블룸하우스가 오로지 공포물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초 국내에서 아트버스터(흥행에 성공한 예술영화) 바람을 일으키며 158만명을 동원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출세작 ‘위플래쉬’도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내년에는 대형 프로젝트도 기다리고 있다. 호러 거장 중 한 명인 존 카펜터와 손잡고 ‘할로윈’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할로윈’은 ‘13일의 금요일’과 함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슬래셔 무비(미치광이 살인마가 난도질하는 영화)의 양대 산맥이다. 지금까지 10편이 만들어졌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블룸하우스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빚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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