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도 나도 새로운 항해를 떠나야 할 때” 사이먼 래틀

입력 : ㅣ 수정 : 2017-11-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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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일 베를린 필과 마지막 내한...“조성진은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
“18년 있었던 버밍엄 심포니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는 진짜 오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베를린 필에서는 16년 있었는데 왜 이렇게 금방 떠나냐는 말을 듣고 있네요. 하하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오른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함께 연주할 조성진을 격려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오른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함께 연주할 조성진을 격려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과 마지막 투어 중인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62)은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네 번이나 바뀔 동안 베를린 필과 함께했다고 농담을 던지며 악단과 자신 모두 새로운 여정을 떠날 때라고 이야기했다. “음악적으로 길게 가는 관계를 추구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베를린 필과의 관계가 정말 소중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이제 베를린 필은 다른 누군가가 맡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 필을 떠나는 것은 정말 슬프기도 하지만 설렘과 기대 또한 있는 게 사실이죠. 저는 런던 심포니와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됐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베를린 필이 남아 있을 거에요. 다음 단계로 항해하는 베를린 필을 관객으로서 지켜보게 되겠죠. 언젠가 게스트로 초청받아 베를린 필을 지휘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아요.”

래틀은 베를린 필이라는 거대한 배가 항해하는 데 조금 보탬이 됐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항상 깨어 있는 오케스트라로, 악단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는 게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작업을 했지만 지역 사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교류하며 활동 범위를 유연하게 넓혔다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투어에는 손목 부상을 입은 랑랑 대신 조성진이 협연자로 함께하고 있다. 래틀은 칭찬에 인색한 자신의 절친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조성진을 칭찬해 그가 아픈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조성진은 한없이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칭찬은 간단했어요.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야, 한 번 들어봐’ 였죠. 짐머만은 내적으로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데 그래서 세대를 뛰어넘어 조성진과 교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구상에 뛰어난 재능의 피아니스트들이 많아서 이들과 협연하는 게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젊고도 위대한 건반의 시인을 빨리 만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래틀은 이번 투어에서 한국 작곡가 진은숙에게 의뢰해 만든 현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매시즌 새로운 것을 고민합니다.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미국의 30세 작곡가, 프랑스의 90세 작곡가 등 전 세계 많은 나라, 세대를 아우르는 작곡가들이 만들어 준 50여개의 짧은 곡을 연주해 왔어요. 한국 분들은 진 작곡가를 한국의 위대한 음악가로 여기겠지만, 우리는 베를린의 위대한 음악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소리와 아이디어가 끊임 없이 샘솟는 보석함 같은 분이죠. 어려운 부탁이었는 데 대작에 들어가는 테크닉한 요소들이 풍성하고 다양한 색깔로 담긴 위대한 곡을 탄생시켜 줬어요.”
19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베를린필 제너럴 매니저 안드레아 차이치만, 조성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 작곡가 진은숙, 첼로수석이자 미디어회장 울라프 마닝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19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베를린필 제너럴 매니저 안드레아 차이치만, 조성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 작곡가 진은숙, 첼로수석이자 미디어회장 울라프 마닝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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