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RCO가 펼친 말러의 ‘천국’

입력 : ㅣ 수정 : 2017-11-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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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선장 가티, 드라마틱한 지휘로 한국 무대 데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구스타프 말러(1860~1911) 교향곡 4번은 흔히 ‘천상의 삶을 노래했다’고 일컬어진다. 그의 가곡 ‘천상의 삶’이 4악장에 그대로 차용되기 때문이다.
가티와 RC0가 15일 롯데콘서트홀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주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 가티와 RC0가 15일 롯데콘서트홀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주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베를린·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손꼽히는 RCO는 이날 유려한 현과 정교한 목관, ‘금빛’ 금관, 그리고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의 드라마틱한 지휘로 말러가 꿈꾼 ‘천국’을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선사했다.

일반인에게 말러의 첫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보통 한 시간을 훌쩍 넘는 긴 연주 시간에 정교한 대위법적 진행과 당대 민요의 선율들이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철학도이자 보헤미아 지역의 유대인이라는 그의 지적·혈연적 배경을 반영한다. 그가 활동하던 20세기 전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 모더니즘의 최전선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5일 RC0와의 한국 데뷔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가운데). 롯데콘서트홀 제공

▲ 15일 RC0와의 한국 데뷔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가운데).
롯데콘서트홀 제공

하지만 말러가 남긴 11개의 교향곡(미완성 10번, ‘대지의 노래’ 포함) 중 교향곡 4번은 5번, 1번과 더불어 ‘말러 입문서’에 해당한다. 연주 시간이 한 시간 남짓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짧은 편인 동시에 인생의 ‘절정기’에 쓰인 작품답게 그나마 가장 밝은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향곡 4번에는 천국과 밝음뿐 아니라 그의 삶을 줄곧 짓눌러온 죽음과 고통의 흔적이 그림자처럼 반영돼 있다. RCO는 빛과 어둠, 엄숙함과 익살이라는 말러의 다중적인 면모를 막힘 없는 유려한 연주로 풀어냈다.

지난해 가을부터 RCO의 선장이 된 가티는 전임들과 비교하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1963~1988년 재임)의 ‘정통’ 연주 대신 동향(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리카르도 샤이(1988~2004년 재임)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역동적인 스타일과 가까워 보인다. 템포와 강약 변화는 곡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단원들의 실수를 찾기 힘든 연주가 바탕이 되면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안정감까지 선사했다.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RCO 내한 연주회에서 커튼콜을 하며 서로를 마주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와 가티.. 롯데콘서트홀 제공

▲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RCO 내한 연주회에서 커튼콜을 하며 서로를 마주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와 가티..
롯데콘서트홀 제공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삽입된 교향곡 5번 4악장과 더불어 말러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교향곡 4번 3악장은 이날 백미. 클라리넷 등 목관을 중심으로 장엄함과 처절함이 극단에 다다른 골계미의 정수를 표현하고, 악장 마지막 총주에서는 모든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오케스트레이션의 진수를 펼쳤다. 건강 문제로 RCO와 함께 한국에 오지 못한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 대신 무대에 선 소프라노 서예리는 4악장에서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천국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무난히 표현했다. 공연 전반부에는 첼로 협주곡의 명작인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이 연주됐다. 협연자로 나선 RCO 첼로 수석 연주자답게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고전 음악의 균형미를 선사했다.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RC0 연주회에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RCO와 함께 들려주고 있는 타티아나 바실리바. 롯데콘서트홀 제공

▲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RC0 연주회에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RCO와 함께 들려주고 있는 타티아나 바실리바.
롯데콘서트홀 제공

한편, 가티와 RCO는 16일 둘째 날 연주회에서는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랑크 페터 짐머만의 협연으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리고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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