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입주폭탄 → 역전세난 → 깡통주택’ 도미노 우려

‘입주폭탄 → 역전세난 → 깡통주택’ 도미노 우려

류찬희 기자
입력 2017-11-12 18:24
업데이트 2017-11-13 18: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동탄·용인 등 수도권 남부 내년 7만 3873가구 집들이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에 ‘역(逆)전세난’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에서는 강도 높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매매가격, 전셋값이 강세를 띠고 있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폭증하고 있는 경기 화성·용인·수원·오산 등 수도권 남부지역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전세난은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을 불러와 집을 팔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도 어려운 ‘깡통전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지 확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내년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1만 6675가구가 입주해 역전세난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신문 DB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내년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1만 6675가구가 입주해 역전세난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신문 DB
12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부동산중개업소. 아파트를 분양받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중개업소마다 전세 물건도 수북히 쌓이고 있다.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도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 물건 가운데는 입주가 임박한 아파트는 물론 내년 3~4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입주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서면서 서둘러 전세 물건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동탄, 하동탄 지역에서 눈에 띄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동탄시범단지 1번지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시범단지는 입주 2년차를 맞아 생활편익시설이 갖춰져 아직까지는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띠고 있지만,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내년부터는 동탄2신도시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뿐만 아니라 화성 전체 주택시장이 위기다. 화성시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은 1만 4651가구로 연간 입주 물량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입주 쓰나미’가 기다리고 있다.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 물량의 배가 넘는 2만 2743가구나 된다. 동탄2신도시에서만 1만 6675가구가 입주한다. 남양뉴타운, 송산그린시티, 향남지구에서도 6068가구가 준공된다. 내년에 이어 2019년에도 입주 물량의 폭주는 계속된다.

용인 주택시장도 입주 물량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용인에서는 올해 말까지 모두 6600가구가 들어온다. 연말에는 시청 근처 역북지구에서는 2500여 가구가 입주한다.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만 3만 37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내년에는 올해의 3배 가까운 1만 6000가구가 준공되고, 나머지는 2019년 입주 예정이다. 전병구 용인시 주택행정 담당자는 “새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 처인구는 80%, 수지구는 50% 정도가 외지인”이라며 “처인구는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전세 시장 쇼크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화성시와 오산시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1.68%, 0.30% 떨어졌다. 수원(0.16%)과 용인(0.28%)의 상승률도 서울(2.87%)은 물론 경기도 평균(1.15%)을 크게 밑돌았다.

매매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를 지키거나 떨어지고 있다. 전셋값 하락은 매매가격 하락을 불러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동탄2신도시 청계동 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 74㎡짜리 전세 보증금은 2억 5000만원으로 최근 1~2개월 만에 2000만원 정도 빠졌다. 내년 입주 물량 폭탄 우려로 시범단지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37만 9579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도에서 입주할 아파트는 12만 7127가구(전국 33.5%)이고, 이 가운데 남부권 6개 지역(수원·용인·화성·평택·오산·안성시)이 5만 5295가구를 차지한다.

역전세난, 깡통주택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내년 경기 남부권 입주 물량은 7만 3873가구(경기도 전체의 45%)로 올해보다 더 늘어난다. 2014~2015년 주택시장 호황 때 크게 증가한 분양 아파트가 올해와 내년, 2019년에 집중적으로 준공되기 때문이다.

박홍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주택 매각 지연, 잔금대출 확보 어려움 등으로 전세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대규모 입주 예정단지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가격 및 입주율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미입주 물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7-11-13 21면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