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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세계 경제대통령/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계 경제대통령/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7-11-03 23:04
업데이트 2017-11-0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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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내년 2월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71) 의장 후임으로 제롬 파월(64)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연준 104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인 옐런 시대는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말 한마디로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어 ‘세계 경제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미 연준 의장이 4년 단임으로 물러나는 것은 1979년 월리엄 밀러 전 의장 이후 거의 40년 만이다.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준 의장은 관행적으로 연임해 왔다.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교체 가능성이 회자되던 벤 버냉키 의장을 연임시켜 유례를 찾기 힘든 양적완화 정책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깨졌다. 트럼프는 연임 전통뿐 아니라 40년 만에 비(非)경제학자 출신을 세계 경제대통령 자리에 지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옐런의 연임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후보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옐런 의장을 면담하자 연임 가능성이 나돌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옐런이 7월 말 연준 연례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행한 금융기관 규제 지지 연설 때문에 연임 기회가 날아갔다고 한다.

1913년 12월 설립 이후 연준 의장을 지낸 사람은 모두 15명이다. 연준 의장 행보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파급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부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연준 의장으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4~1970.1)이 꼽힌다. 만 18년 10개월이라는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그는 연준의 독립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투사’로 불리는 폴 볼커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려 1980년 연 13.5%였던 물가상승률이 퇴임할 때 4% 수준으로 내려갔다. 5개월 차이로 최장수 기록을 마틴에게 내준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 블랙먼데이와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 붕괴 등 주식시장 폭락과 2001년 9·11테러 등 수많은 금융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와 함께 느슨한 금융기관 규제로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야겠지만 중도 성향의 파월 내정자가 트럼프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지, 긴축통화 시대로 접어든 세계 경제의 눈은 벌써 파월의 입에 쏠려 있다.

kmkim@seoul.co.kr
2017-1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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