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장악 관련 소환조사
김씨 “부당인사 안 했다” 부인백종문 MBC부사장 오늘 소환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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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30일 오전 김 전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과 국정원 담당 직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전 사장 외에도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현 MBC C&I 사장), 백종문 부사장, 당시 MBC 담당 국정원 직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각종 문서와 전산 자료,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사용내용 분석)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관계자가 문건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고, 문건을 본 적도 없다”면서 “재직한 3년 1개월 동안 부당 인사를 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정식 조사는 추후 일정을 정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31일 백종문 MBC 부사장과 이용우 전 MBC 라디오본부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등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사장 등이 국정원과 함께 정권에 비판적인 제작진과 연예인들을 퇴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3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만들었고, 이후 김 전 사장 취임과 함께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기자·PD들이 해고됐다.
또 파업 이후에는 참여 직원들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 취임 후 임원 인사에서 국정원 기획에 따라 모든 관계사 사장의 사표를 요구하고 28곳 중 22곳의 사장이 교체됐다”면서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MBC 논설위원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린 후 이것이 문건에 반영돼 논설실장이 특집 TF팀으로 발령 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MBC 현 경영진인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의선·김원배 이사 2명 사퇴로 공석이 된 방문진 이사직에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하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여권이 5명, 야권이 4명으로 바뀌게 됐다.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11월 2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했다. 방문진법상 이사회 주요 안건은 의결정족수 기준 없이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 가능하다. 때문에 다음 정기 이사회에서 고 이사장의 해임은 예정된 수순이고, 이사장 교체 이후 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현 경영진의 퇴진이 더 빨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버티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이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7-10-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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