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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과 호흡하며 ‘역사경관’ 조성해요”

“어르신과 호흡하며 ‘역사경관’ 조성해요”

최훈진 기자
입력 2017-10-23 18:20
업데이트 2017-10-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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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전쟁과 가난을 겪은 세대인 어르신들께 ‘우리 동네’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낯설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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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뒷줄 오른쪽 네번째)씨가 올 8월 서울 종로구 노인복지센터 분관 상상교실에서 ‘우리동네, 여행작가’ 강의를 마친 후 수강생 어르신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신형 작가 제공
서준원(뒷줄 오른쪽 네번째)씨가 올 8월 서울 종로구 노인복지센터 분관 상상교실에서 ‘우리동네, 여행작가’ 강의를 마친 후 수강생 어르신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신형 작가 제공
3년 전 서울 종로구 계동의 마을 지도를 제작·전시해 화제가 된 공간문화창작소 ‘알음비움’ 대표 서준원(39·여)씨는 23일 서울신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대 졸업 후 GS건설에 입사해 과장급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한 서 씨는 2014년 돌연 일을 그만두고 ‘공간잇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4대문 안 도심의 역사경관을 되살리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첫 해 계동 토박이 주민의 이야기를 채취해 ‘계동 100년, 시간을 품은 지도’를 기획·제작하고, 강혜숙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전시회를 열었던 그가 이번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른바 ‘우리동네, 여행작가’ 강의다.

올 6월부터 지난 달까지 13주 동안 종로구 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 10명을 매주 만나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어르신 한 명 한 명의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이야기 뭉치는 흑백사진을 비롯해 어르신이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으로 표현됐다. 50여년 동안 헌법재판소 맞은 편에서 ‘명광사’라는 사진관을 운영해온 주희돈(90) 어르신의 이야기 속엔 한국전쟁 발발로 피치못해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계동에서 다시 터를 잡고 일가를 이룬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 수업이 열린 지난 달 7일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분관 탑골작은도서관에서 어르신이 직접 ‘일일손주’인 중앙고 2학년 학생과 함께 만든 ‘우리동네, 시간여행지도’를 소개하는 작은발표회도 열렸다.

서씨는 “특정 공간과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연구를 하는 저로서는 매주 ‘우리동네’의 산증인이신 어르신을 만나는 시간이 뜻깊었다”면서 “공간의 역사성을 복원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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