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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중단 의결… “독립” 45만명 항의 시위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중단 의결… “독립” 45만명 항의 시위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10-22 22:58
업데이트 2017-10-2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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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상원 전체회의 통과 땐 발효

스페인 중앙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분리독립을 추진해 온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헌번 155조를 발동하기로 의결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긴급 국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탈루냐 지역의 법치를 회복하고 시민권을 보호하려고 전례 없는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거나 중앙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해산하거나 자치경찰을 장악하는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조항으로 스페인 정계에서는 ‘핵 옵션’으로 불려 왔다. 1978년 현 개정헌법이 제정된 이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결의안이 실제로 발동되려면 오는 27일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가 사회당 등 주요 야당까지 카탈루냐의 자치 중단에 동의하고 있어 중앙정부 결의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결의안이 통과되는 즉시 중앙정부는 자치정부 해산 절차에 착수한다. 이후 최장 6개월 안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지방선거를 치른다. 중앙정부는 이 기간 동안 카탈루냐의 경찰·교육·보건 등의 부문에서 광범위한 자치권을 전부 몰수하고 직접 통치한다.

이에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면서 “불법적인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탈루냐는 1939~1975년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당했었다. 푸지데몬 수반은 “이번 주 안에 자치의회를 소집해 스페인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카마 포케달 자치의회 대변인은 “라호이 총리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내쫓으려 하고 있다. 허용할 수 없다”면서 “쿠데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지 경찰 추산 45만 카탈루냐 시민이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중앙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카탈루냐 독립기인 ‘에스텔라다’를 흔들면서 “자유”, “독립” 등 구호를 외쳤다.

스페인 중앙정부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하기까지가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양측이 상원 통과 이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헌법 155조 발동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대화가 최종 결렬되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카탈루냐 자치경찰 일부가 무력 반발에 나서면 1930년대 내전을 방불케 하는 무장 반란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치경찰 수는 1만 7000여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1일 카탈루냐 독립투표 당시 투표소를 폐쇄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었다.

뉴욕타임스는 푸지데몬 수반이 카탈루냐 독립을 선언하고 새 공화국 구성을 위한 선거 계획을 밝히는 등 선수를 치고 나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스페인 사법당국은 최고 30년형이 가능한 반란죄를 적용해 푸지데몬 수반 체포에 나설 수도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대립이 파국으로 끝날 것인지, 극적인 타결을 볼 것인지 채 며칠 남지 않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10-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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