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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脫원전’ 유지하며 ‘갈등 뇌관’ 제거

文대통령, ‘脫원전’ 유지하며 ‘갈등 뇌관’ 제거

입력 2017-10-20 11:35
업데이트 2017-10-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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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민주주의 첫 실험 ‘성공’ 평가…‘국민 이성의 승리’에 방점 靑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공사 재개를 권고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에너지 정책운용에 있어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후보 시절 내걸었던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있지만, 큰 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극심한 갈등의 뇌관을 ‘사회적 합의의 틀’로 순조롭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에 적극 손을 들어준 지지층과 탈원전에 극력 반대해온 보수층의 입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충족하는 ‘결론’이 나와 정치적 후유증도 최소화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으로서는 공사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며 국정운영에 지속적 부담을 주는 것을 차단하고, 당초 약속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보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결론’ 못지 않게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즉 공론화 프로세스를 중시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숙의 민주주의’의 첫 성공적 실험으로서, 앞으로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크게 부딪히는 갈등현안을 관리하는 데 있어 의미있는 ‘모델’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토록 민감한 현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깨지지 않고 온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절차의 완성과 그에 따라 도출된 건설 재개 결론은 정부 정책의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 이성의 승리’라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청와대는 엄격한 중립을 표방하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이를 100% 존중하겠다며 공론화 과정에 힘을 실어왔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공식발표 직전까지도 결론을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리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중립 원칙을 지키고 공론화 과정과 결론을 ‘존중’하는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앞으로 에너지 정책 운용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론화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재개’ 쪽으로 기운 것은 결국 탈원전 정책과 공사중단 여부가 별개라는 쪽으로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전은 축소해나가되, 5·6호기 건설공사는 재개하라는 쪽으로 ‘정책 여론’이 형성돼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5·6호기 건설의 일시적 중단조치를 해제하면서도 탈원전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앞으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고 설계연한이 다가온 원자로를 안전하게 폐기한다는 기존 원자력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5·6호기 건설 즉각 백지화를 약속했었던 만큼 지지층 사이에 공약 파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야권이 지난 3개월 공사 중단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부각하며 공세를 펴고 있는 점은 정치적으로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대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결정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간략한 입장 만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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