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지친 삶을 살아가는 당신께

매일 아침 이런 근무 신조를 복창하는 회사가 있다. 영업부 부장 야마가미(요시다 고타로)가 선창하면, 나머지 직원이 따라 외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유급 휴가는 필요 없다. 몸만 둔해진다!” “상사의 지시는 하늘의 지시.” “마음은 버려라. 꺾일 마음이 없으면 견딜 수 있다!”

뭐, 이따위 회사가 있나 싶겠지만 실은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일하(려)는 직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세뇌하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는 암묵적으로 협박한다.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당신 밥줄도 끊긴다고. 따라서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바쳐야 한다고. 그렇게 회사는 직원을 착취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문제는 직원이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는 데 있다. 회사가 바라는 대로 한계를 넘어 계속 일하면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가 반드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아오야마(구도 아스카)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 여기에서 그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야마가미가 부하 직원에게 요구하는 ‘열심히’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수당 없는 야근을 거듭하면서 아오야마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 퇴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몽롱해진다. ‘내일 같은 건 안 와도 돼.’ 아오야마가 비틀대며 선로로 떨어지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를 붙든다.

아오야마를 구해준 사람은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였다. 야마모토는 아오야마가 초등학교 동창임을 첫눈에 알아봤다면서 반가워하고, 아오야마는 긴가민가하지만 야마모토와 어울리며 조금씩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야마는 야마모토가 초등학교 동창이 아님을 눈치 챈다. 혹시나 해서 포털사이트에 야마모토를 검색해 보니, 그가 3년 전 회사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야마모토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런 가운데 아오야마가 담당하던 업무에 착오가 생기고, 그의 회사 생활은 다시 힘겨워진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 야마가미―회사는 아오야먀의 인격을 살해했다.

아오야마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일까?” 먹고살려고 일한다. 이것은 이 질문에 나올 수 있는 모든 대답의 전제다. 그런데 회사에 출근해서 일할수록, 자신이 먹고살아야 하는 목적 자체를 잃게 된다면 어떡해야 할까. 이쯤 되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왜 이 영화의 제목인지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는 다음과 같이 연출 의도를 밝힌다. “젊은 시절 목숨을 끊은 친구들을 애도하고, 그때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본인에게나 타인에게나 ‘회사 안 다니면 뭐할래?’라고 다그치지 말자. 괜찮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자. 그가 그때 하지 못해 후회하는 그것을 우리는 할 수 있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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