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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지정 ‘급한 불’은 껐지만…불씨는 여전

환율조작국 지정 ‘급한 불’은 껐지만…불씨는 여전

입력 2017-10-18 09:11
업데이트 2017-10-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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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요건만 2개 해당…4차례 연속 ‘관찰대상국’ 지위미·중 갈등 고조되면 환율조작국 문제 다시 휘말릴 수도

미국 재무부가 18일(한국시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제외되면서 중국의 사드보복 파장,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등으로 벼랑끝으로 몰리던 한국으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만과 달리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어서 한국의 환율조작국 추후 지정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협상 요구를 관철했고 미·중 사이 긴장감이 다시 고조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2개만 해당…불확실성 소폭 걷혔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가지 중 2개만 해당한다고 봤다.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본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2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5.7%로 2가지 요건을 만족했지만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0.3%로 기준을 밑돌아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반기별로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작년 4월 처음으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작년 10월, 올해 4월과 10월 등 빠짐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환율조작국 지정 제외로 악화일로이던 대외 불확실성도 소폭 누그러진 모습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강력한 수준의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막는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무역협정을 맺을 때 환율조작국의 통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시정 노력 등을 연계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조치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혹시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공을 들여 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하고 “한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겨 두고 있으며 조작은 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도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은 초강수이고 외교 문제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라며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환율조작국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지난 13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은 희소식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양국 갈등이 고조하며 통화스와프가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양국은 규모와 만기가 종전과 같은 스와프 계약을 재차 체결해 우려를 던 바 있다.

◇ 4번 연속 관찰대상국 지위…미·중 갈등 고조 ‘변수’

그러나 이번에도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관찰대상국 지위에 올려놓고 있어서다.

관찰대상국 지위는 미국이 해당국의 환율 관리를 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해당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때 처음으로 이 범주가 만들어진 뒤로 한국은 매번 빠짐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가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4월 관찰대상국이던 대만은 이번에 관찰대상국 지위를 벗었다.

환율조작국이나 심층 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내세워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현재 관찰대상국인 국가들 위주로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을 피하기 힘들 수 있다.

미국이 결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견제하려는 국가는 중국인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 대만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우선 지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여전하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최근 미국은 한국과의 FTA에서 미국이 불리하다며 FTA 개정협상 절차를 재개하자는 요구를 관철했다.

최근에 수면 위로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미국 우선주의로 중국과 부딪치면 미국이 중국 견제수단으로 환율조작국 이슈를 들고나올 수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다시 환율조작국 문제에 우리가 휘말릴 수 있다”며 “우리가 계속해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한국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급격해지면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하는데, 미국의 환율 압박 때문에 시장 개입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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