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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에게 수면제 먹여…살인범된 ‘어금니 아빠’ 부녀의 몰락

딸 친구에게 수면제 먹여…살인범된 ‘어금니 아빠’ 부녀의 몰락

입력 2017-10-10 19:48
업데이트 2017-10-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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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중간수사결과 토대로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사건 재구성

희소병인 ‘거대 백악종’을 함께 앓아 많은 사람의 안타까운 시선과 도움의 손길을 받던 아버지와 딸이 11년 만에 결국 살인이라는 강력사건 범인으로 전락했다.

2006년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자신으로부터 병을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모(35·구속)씨는 10일 여중생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2가지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경찰은 이미 구속한 이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방법과 동기를 추궁하고 있으며, 사체 유기 혐의의 공범으로 이씨 딸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의 중간조사결과 드러난 이씨 부녀의 행적은 다음과 같다.

열흘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이씨는 중학교 2학년인 딸에게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의 이름을 대며 불러오라고 시켰다. A양이 집에 오면 딸이 수면제를 먹이기로 논의까지 했다.

다음날인 30일 이씨의 딸은 이씨가 시킨 대로 A양에게 연락했다. ‘우리 집에서 영화를 보며 놀자’고 꾀었다. 주변 CC(폐쇄회로)TV 등을 보면 이씨 딸이 A양을 데리고 중랑구 망우동 이씨 집에 들어간 시간은 낮 12시20분이었다.

이씨 딸은 수면제를 탄 드링크 병을 A양에게 건넸다. 오후 3시40분 이씨 딸은 혼자 외출했다. ‘밖에 나가서 놀고 오라’는 이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이씨는 오후 7시46분 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고, 30분 정도가 지난 오후 8시14분 딸과 함께 집에 들어갔다.

이씨 딸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 보니 친구 A양이 숨져 있었다. 이씨는 ‘내가 죽였다’고 딸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이씨 딸은 경찰에서 “아빠가 나가 있으라 해서 밖으로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와 보니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A양이 부녀의 범행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A양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 아내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과 A양은 초등학교 때 친했고 A양이 이양의 예전 집에 몇 번 놀러 왔다고 한다”며 “그러나 중학교 때도 자주 만나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엄마가 좋아했던 아이’라면서 딸에게 ‘A양을 불러오라’며 이름을 특정해서 A양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께 이씨 딸은 A양 모친으로부터 A양을 찾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씨 딸은 “놀다가 헤어졌다”고만 말했다. 끔찍한 범행이 발생했다는 게 무서워 이렇게 둘러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양 부모는 자정께 경찰에 A양의 실종신고를 했고, 이때부터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튿날 이씨 부녀는 범행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 오후 5시18분께 이씨 부녀는 A양의 시신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가방을 승용차에 싣고서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32분부터 9시52분 사이에 영월의 한 야산에 A양의 시신을 내다 버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이씨 부녀는 동해안과 영월의 모텔을 전전하다 3일 오후 3시께 서울로 돌아왔으며, 은신처로 중랑구 망우동 집이 아닌 도봉구의 한 원룸을 월세로 계약해 숨어있었다.

이씨 부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망을 좁히던 경찰이 5일 오전 9시께 이 은신처에 들이닥치기 전 이씨 부녀는 미리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복용했다.

이처럼 이씨 부녀가 어느 정도 범행을 시인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대체적인 전말이 드러났지만, 아직 경찰은 구체적인 살해 방법과 범행 동기 등을 더 수사해야 한다.

딸의 친구를 불러 수면제를 먹게 하고 살해한 이유를 놓고 여전히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께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에 들어가던 이씨는 “왜 죽였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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