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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극한 직업’ 프로 감독들

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극한 직업’ 프로 감독들

입력 2017-10-10 15:21
업데이트 2017-10-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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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부산 감독, 심장마비로 사망…프로 사령탑들 잇단 수단극도의 스트레스로 건강에 ‘위협’…성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라면 프로팀 감독도 그에 못지않은 극한 직업이다.”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 구단의 감독이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내뱉은 한탄이다.

44세로 프로팀 감독으로는 젊은 축에 속하는 조 감독의 불행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 감독들이 팀 성적 때문에 받는 극도의 스트레스는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들의 강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프로 구단 감독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자조적으로 ‘파리 목숨’이라면서 ‘극한 직업’임을 숨기지 않는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이 진행 중인 시즌 중임에도 각 팀의 사령탑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사퇴했다.

6강 스플릿에 막차로 합류한 강원FC를 지난 8월 중순까지 이끌었던 최윤겸 전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고, 최하위로 추락한 광주FC의 남기일 전 감독도 같은 달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또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의 이영익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진다며 시즌 중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구단과 팬이 기대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 짐을 싸야 하는 게 프로 감독의 운명인 셈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지난달 20일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한 뒤 “올 시즌 나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사퇴설’까지 번지기도 했다.

결국은 최 감독이 사퇴하지 않는 것으로 봉합됐지만, 선두를 달리는 팀을 이끄는 최 감독마저 경기 결과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인이 된 조진호 감독도 경남FC와의 선두 경쟁을 벌이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를 질주하는 경남을 상대로 1부리그 직행 티켓이 보장되는 챌린지 1위를 기대했던 조 감독은 지난 8일 경남과의 33라운드 안방 맞대결에서 0-2 완패를 당하면서 사실상 ‘역전 우승’ 희망을 접어야 했다.

조 감독은 패배 직후 자신의 SNS에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쉽게 결과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승리로 보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미안함의 글귀를 남겼다.

프로 감독들이 과도한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와 과로로 쓰러지거나 건강에 위협을 받는 건 다반사다.

지난 2013년 터키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지휘하던 신현종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 감독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대표팀 성적을 위해 골몰하느라 심신이 피로한 상태에서 강행군을 계속했기 때문에 발생한 불행이었다.

지난 2001년에는 프로야구 롯데를 지휘했던 김명성 전 감독이 성적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2015년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를 지휘했던 이호 감독은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시즌 중 병원 신세를 지어야 했다.

실제로 원광대 보건복지학부가 지난 2011년 발표한 10년간 직업별 평균 수명 조사에서는 스포츠인들이 11개 직업군 가운데 10위로 바닥권으로 집계됐다. 체육인의 평균 수명은 69세를 기록해 82세로 1위를 차지한 종교인과 비교해 13세나 적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요하네스 본프레러 전 감독이 지난 2005년 1년여 만에 경질된 후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던 축구대표팀 감독만큼이나 극한 직업으로 분류되는 프로 감독들의 수난사는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프로 스포츠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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