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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여행기 2] 베트남산악마라톤 빼어난 풍광과 핍진한 삶의 변주

[사파 여행기 2] 베트남산악마라톤 빼어난 풍광과 핍진한 삶의 변주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0-03 12:47
업데이트 2017-10-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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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베트남 북서부 사파에서 열린 제5회 베트남산악마라톤(VMM)은 다섯 부문으로 나눠 열렸다. 김용욱과 김재홍, 이관우, 김영록, 김진영, 장영조 등 6명이 100㎞에 출전해 5명이 완주했고 김재홍이 불의의 부상으로 ‘DNF했다’. 전날 밤 11시 토파스 에코롯지를 출발해 원점 회귀했는데 전날 화장실 담 그리기를 위해 찾았던 반쾅1 초등학교를 들러왔다고 했다. 한밤 중 물소의 커다란 눈망울과 맞닥뜨리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사진은 새벽 4시쯤 70㎞ 코스를 출발한 진오 스님이 이른아침 개울을 건너는 모습. 스님은 13시간31분29초의 기록으로 완주자 144명 가운데 4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북서부 사파에서 열린 제5회 베트남산악마라톤(VMM)은 다섯 부문으로 나눠 열렸다. 김용욱과 김재홍, 이관우, 김영록, 김진영, 장영조 등 6명이 100㎞에 출전해 5명이 완주했고 김재홍이 불의의 부상으로 ‘DNF했다’. 전날 밤 11시 토파스 에코롯지를 출발해 원점 회귀했는데 전날 화장실 담 그리기를 위해 찾았던 반쾅1 초등학교를 들러왔다고 했다. 한밤 중 물소의 커다란 눈망울과 맞닥뜨리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사진은 새벽 4시쯤 70㎞ 코스를 출발한 진오 스님이 이른아침 개울을 건너는 모습. 스님은 13시간31분29초의 기록으로 완주자 144명 가운데 42위를 차지했다.
70㎞에 출전한 최종한 구미육상연맹 회장, 한 사람 건너 조문준 박사, 진오 스님, 손강희, 박성식 도서출판 다빈치 대표, 김영화, 박건홍이 사파 스퀘어에서 출발 지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70㎞에 출전한 최종한 구미육상연맹 회장, 한 사람 건너 조문준 박사, 진오 스님, 손강희, 박성식 도서출판 다빈치 대표, 김영화, 박건홍이 사파 스퀘어에서 출발 지점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 70㎞ 12위를 차지한 손강희의 하반신. 진흙뻘에 빠져 엉망진창이 됐다고 했다.
남자 70㎞ 12위를 차지한 손강희의 하반신. 진흙뻘에 빠져 엉망진창이 됐다고 했다.
이렇게 핍진한 삶의 여건을 주로로 삼는 게 조금은 무람한 일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다가도 곧바로 핍진한 그네들의 삶에 고개 숙이며 자책하게 만드는 이상한 대회였다.그러면서도 핍진한 삶을 이어가는 소수민족들과 함께 하는 대회다. 박성식 대표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렇게 핍진한 삶의 여건을 주로로 삼는 게 조금은 무람한 일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다가도 곧바로 핍진한 그네들의 삶에 고개 숙이며 자책하게 만드는 이상한 대회였다.그러면서도 핍진한 삶을 이어가는 소수민족들과 함께 하는 대회다. 박성식 대표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기자와 베트남 친구 씨 엘이 달린 21㎞ 출발 지점의 모습. 김지섭과 장보영 월간 사람과 산 기자, 한수정, 양지훈, 박준섭 등이 42㎞를 우리보다 2시간 먼저 출발했는데 김지섭이 우리가 출발하기 전 출발선을 먼저 지나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

 기자와 베트남 친구 씨 엘이 달린 21㎞ 출발 지점의 모습. 김지섭과 장보영 월간 사람과 산 기자, 한수정, 양지훈, 박준섭 등이 42㎞를 우리보다 2시간 먼저 출발했는데 김지섭이 우리가 출발하기 전 출발선을 먼저 지나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
달리는 틈틈이 그림 같은 풍경을 접하고 아이패드에 담았다. 어느 언덕배기에서 소수민족 소녀들이 뜨개질에 열심이었는데 기자는 차마 고개를 돌려달라고 주문하지 못했다.
달리는 틈틈이 그림 같은 풍경을 접하고 아이패드에 담았다. 어느 언덕배기에서 소수민족 소녀들이 뜨개질에 열심이었는데 기자는 차마 고개를 돌려달라고 주문하지 못했다.
박성식 대표가 이날 저녁 결승선을 통과한 뒤 넙죽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이 험난한 코스에 대한 리스펙트였는지, 버거운 싸움을 이겨낸 자신을 향한 리스펙트였는지 모르겠다
박성식 대표가 이날 저녁 결승선을 통과한 뒤 넙죽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이 험난한 코스에 대한 리스펙트였는지, 버거운 싸움을 이겨낸 자신을 향한 리스펙트였는지 모르겠다
기자가 21㎞를 마친 뒤 얼음물 샤워를 마치고 주최측이 제공한 콩죽과 맥주를 든 뒤 돌아본 사파 에코롯지의 풍광들. 험한 길을 달려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이 풍광으로 주어졌다. 20여채의 롯지들은 흡사 이곳이 알프스 지역인 듯한 착각을 불어넣었다.
기자가 21㎞를 마친 뒤 얼음물 샤워를 마치고 주최측이 제공한 콩죽과 맥주를 든 뒤 돌아본 사파 에코롯지의 풍광들. 험한 길을 달려온 이들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이 풍광으로 주어졌다. 20여채의 롯지들은 흡사 이곳이 알프스 지역인 듯한 착각을 불어넣었다.
주최측이 보상처럼 제공한 수영풀. 대회 참가자들에게 수영복과 수영모를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기자도 준비해 갔지만 풀이 너무 좁고 연인들이 많아 나이도 적지 않은 기자가 홀로 들어가 셀카를 찍는 무모함은 접었다. 그저 풍경을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남녀 42㎞를 우승한 김지섭과 장보영은 부상으로 이곳에서의 이틀 숙박을 허가받아 묵는 특권을 누렸다.
주최측이 보상처럼 제공한 수영풀. 대회 참가자들에게 수영복과 수영모를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기자도 준비해 갔지만 풀이 너무 좁고 연인들이 많아 나이도 적지 않은 기자가 홀로 들어가 셀카를 찍는 무모함은 접었다. 그저 풍경을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남녀 42㎞를 우승한 김지섭과 장보영은 부상으로 이곳에서의 이틀 숙박을 허가받아 묵는 특권을 누렸다.
에코롯지 리조트에 마련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김지섭을 시작으로 모두가 밤늦게 마지막 100㎞ 출전자 이관우가 들어올 때까지 ‘의리 넘치게’ 기다렸다가 태극기를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일행이 사파 타운으로 돌아오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는 까뭇 밤 10시반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조문준 박사가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는데 일종의 베트남 정식 같은 메뉴였다. 호주와 중국에서도 지내봤다는 한수정이 중국에서 즐겨 먹었다는 모닝글로리가 기자가 처음 접해본 음식이었다. 전날 학교 화장실 담 그리기에 동참한 베트남 관료가 테이블마다 돌며 베트남 소주를 권해 나름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그 관료가 학교 상수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했다고 해서 베트남 친구 씨 엘이 무척 화를 냈다고 했다. 화장실 지어줬으면 상수도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기자는 그 얘기를 학교 교사들이 하지 않고 관료가 꺼내는 게 이상하기만 했다.
에코롯지 리조트에 마련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김지섭을 시작으로 모두가 밤늦게 마지막 100㎞ 출전자 이관우가 들어올 때까지 ‘의리 넘치게’ 기다렸다가 태극기를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일행이 사파 타운으로 돌아오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는 까뭇 밤 10시반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조문준 박사가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는데 일종의 베트남 정식 같은 메뉴였다. 호주와 중국에서도 지내봤다는 한수정이 중국에서 즐겨 먹었다는 모닝글로리가 기자가 처음 접해본 음식이었다. 전날 학교 화장실 담 그리기에 동참한 베트남 관료가 테이블마다 돌며 베트남 소주를 권해 나름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그 관료가 학교 상수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했다고 해서 베트남 친구 씨 엘이 무척 화를 냈다고 했다. 화장실 지어줬으면 상수도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기자는 그 얘기를 학교 교사들이 하지 않고 관료가 꺼내는 게 이상하기만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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