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례 반복에 “레퍼런스 관행 문제”…해외서 K팝 표절 피해도

그룹 세븐틴이 미국 일렉트로닉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에게 히트곡 ‘울고 싶지 않아’의 저작권을 공동 분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곡은 지난 5월 멤버 우지와 싱어송라이터 계범주 작곡으로 발표됐으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둘과 함께 체인스모커스의 멤버 앤드류 타가트, 콜드플레이의 네 멤버(크리스 마틴, 존 버클랜드, 윌 챔피언, 가이 베리맨)가 작곡가로 등록됐다.

‘울고 싶지 않아’는 공개 당시 누리꾼 사이에서 체인스모커스와 콜드플레이가 컬래버레이션(협업)해 올해 2월 발표한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와 일부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같은 사례는 가요계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몇몇 가수의 노래가 해외 가수의 곡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으며 일부 작곡가는 이후 원작자와 합의를 거쳐 저작권을 공동 분배하거나 저작권 자체를 포기했다.

◇ 국내 작곡가들, 분쟁보단 합의

세븐틴의 소속사 플레디스 측은 저작권을 분배한 배경을 묻자 “(체인스모커스와 콜드플레이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소니ATV뮤직퍼블리싱한국지사와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에서 멜로디 일부의 유사성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울고 싶지 않아’가 독립적인 창작곡이라고 판단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이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가거나 할 경우 아티스트가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걱정됐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해 회사 측에서 임의로 저작권 일부를 인정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지금껏 해외 가수의 곡과 표절 논란에 휩싸인 작곡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표절은 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하는 친고죄다. 법원은 두 저작물의 멜로디·화성·리듬 등의 ‘실질적 유사성’과 문제가 된 곡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해 만들어졌는지 ‘접근 가능성’ 등을 침해 판단 기준으로 삼아 시비를 가린다.

그러나 작곡가들은 해외 저작권자로부터 문제 제기가 오면 가급적 소송을 피해 조용히 합의했다.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고 패소할 경우 배상액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논란을 키워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보다는 저작권 지분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그 때문에 법적인 판단이 없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국내 작곡가 간 표절 관련 분쟁이 곧잘 벌어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 박진영·프라이머리 등도 해외 작곡가에 저작권 분배

이미 해외 작곡가에게 저작권을 분배한 사례는 다수다.

박진영이 만든 지오디의 데뷔곡 ‘어머님께’(1998)는 미국 래퍼 투팍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작사·작곡 저작권은 투팍 등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과 워너채플뮤직코리아가 관리하는 작곡가들에게 돌아갔다.

이승철의 ‘소리쳐’(2006) 저작권도 작곡가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영국 가수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의 원작자에게 대부분을 넘겨줬다.

이승기의 ‘가면’(2006) 역시 마룬5의 ‘디스 러브’(This Love)와 도입부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소속사가 샘플링(기존 음원의 일부를 따서 쓰는 기법)을 주장했지만, 앨범을 발매한 뒤 원저작자에 사후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프로듀서 프라이머리는 MBC TV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거머리’란 팀으로 발표한 곡 ‘아이 갓 씨’(I Got C, 2013)의 작곡 지분을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 곡의 원작자인 데이비드 슈얼러스 등 6명과 공동 분배했다.

◇ “레퍼런스 관행 문제”…역으로 K팝 표절 피해도

경각심이 이는 것은 잊을만하면 이 같은 사례가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가요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저작권 인식이 자리 잡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여서 ‘대놓고 베끼기’는 줄어들었지만 문제는 ‘레퍼런스 관행’(특정 곡을 참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유명 작곡가는 “작곡가나 자작곡을 쓰는 가수들은 유행하는 사운드와 장르를 좇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경우 트렌디한 사운드와 구성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세계적인 추세의 곡을 레퍼런스 삼곤 한다. 그로 인해 곡의 유사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곡가도 “요즘은 특정 멜로디보다 편곡 방향 등 이미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퍼런스 곡에서 영감을 얻더라도 재창조를 하지 않으면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재된 멜로디와 사운드가 곡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작곡가들이 무척 억울해하는 대목”이라며 “가끔 작곡가 중에는 누리꾼의 지적이 억울해 해당 곡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측에 문의해 판단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으로 K팝이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 등지에서 K팝과 유사한 곡들이 나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대만 인기 가수 판웨이보(潘瑋柏)의 신곡 ‘실면(失眠)이 용준형의 자작곡과 비슷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이 곡의 공동 작곡가가 “곡 작업 중 멜로디를 무의식적으로 몇소절 쓴 것 같다”고 공식 사과했다.

용준형의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측은 “대만 측과 관련 조치를 계속 논의 중”이라며 “저작권자에 용준형 이름을 넣는 것으로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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