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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망령’ 부활하나

‘나치망령’ 부활하나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9-25 22:36
업데이트 2017-09-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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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씁쓸한 4연임’

‘노골적 反난민’ 獨극우 정당…2차 대전 후 70년 만에 의회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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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메르켈 4연임 ‘16년 최장수 총리’
獨 메르켈 4연임 ‘16년 최장수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있는 기독민주당(CDU) 당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총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33%의 득표율을 얻어 1위를 확정하면서 메르켈 총리는 4연임에 성공,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더불어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을 16년간 이끌게 됐지만 기민당의 저조한 득표율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부상으로 인해 집권 4기째에는 정치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AP 연합뉴스
이겼으나, 씁쓸한 승리였다.

독일 연방선거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전날 치러진 독일 하원 선거에서 1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33%로 저조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보다 약 6% 포인트 떨어졌으며 2013년 총선 득표율 41.5%보다는 8.5% 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DPA통신 등은 “1949년 총선 이후 기민당이 얻은 최악의 성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집권 4기를 맞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4연임에 성공하면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된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희망했었다”면서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 다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反)이슬람, 반난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3당(득표율 12.6%)으로 연방의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총리 후보는 “국가를 변화시키겠다”면서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의회에 극우정당이 진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1948년 구서독 1대 연방의회 총선에서 독일보수당(DKP)·독일우익당(DRP) 연합이 1.8% 득표율로 5석을 차지한 이후 약 7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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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이 치러진 24일(현지시간) 반(反)이슬람·반난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알리체 바이델 공동총리 후보가 베를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미소 짓고 있다. AfD는 이번 선거에서 12.6%의 득표율로 제3당이 됐다. 베를린 EPA 연합뉴스
독일 총선이 치러진 24일(현지시간) 반(反)이슬람·반난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알리체 바이델 공동총리 후보가 베를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미소 짓고 있다. AfD는 이번 선거에서 12.6%의 득표율로 제3당이 됐다.
베를린 EPA 연합뉴스
당이 급부상하면서 여성 지도자 알리체 바이델(38) AfD 공동총리 후보도 주목받는다. 가울란트 공동총리 후보가 76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델 공동총리 후보가 당의 실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명의 자녀를 둔 레즈비언 엄마로 유명하다. 극우정당에서 레즈비언이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에 대해 그는 “단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AfD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AfD는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맞서 왔다.

슈피겔은 AfD의 약진에 대해 “과거 독일의 망령이 돌아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AfD는 4년 뒤 의회에 계속 머무르려고 사회 분열을 획책할 것”이라면서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과 안보 이슈와 관련해 AfD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fD는 선거 이튿날부터 내분에 휩싸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페트리 프라우케 AfD 공동 대표는 이날 “연방의회에서 AfD 의석에 앉지 않겠다”면서 “AfD 내에서 방향성에 대한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라우케 대표의 발언은 당내 강경 극우파와 온건파 간 권력투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새 연립정권 구성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간 기민·기사당 연합과 대연정을 했던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 총리 후보는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연정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자메이카 연정은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 초록,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경우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는 있다. 다만 난민·조세·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연정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9-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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