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가죽이 벗겨진 자화상/이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가죽이 벗겨진 자화상/이원

입력 2017-09-22 17:52
업데이트 2017-09-22 18: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신장식 ‘저 언덕으로’ 146×112㎝, 캔버스에 아크릴
신장식 ‘저 언덕으로’ 146×112㎝, 캔버스에 아크릴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 전공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현 국민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 국민대 예술대학장, 종합예술대학원장 역임
살가죽이 벗겨진 자화상/이원

검은빛에 갇힌

길들. 제 스스로 몸을 구부려 돌아가고 있는 것
하루. 벽을 밀고 가는 것
한여름에 모포를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형국


물 빠진 뻘에 배가 여럿이다
바다 멀리까지 보인다
죽은 사람 산 사람 모두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안이 들끓어 밖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안을 만들어내기 때문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나는 내가 사람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사람은 날마다 거울을 통해 제 얼굴을 바라본다. 그 얼굴에 나타난 세월의 흔적과 자기의 상처와 더불어 타자의 욕망을 본다. 이 바라봄은 곧 성찰의 행위로 이어진다. 얼굴은 내가 처한 곤란함과 피로와 누추함을 드러낸다. ‘자화상’이란 들끓는 안이 뒤집혀 바깥이 되어 버린 풍경이다. “안이 들끓어 밖을 보지 못하는 것은 [끝없이] 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란다. 나는 내 안을 드러내는 이 표면[얼굴]이 싫다. 그것에서 도망가고 싶다.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서늘한가.

장석주 시인
2017-09-23 2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