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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카 시장 잡아라”… 車·ICT·장비업체 ‘무한경쟁’

“커넥티드카 시장 잡아라”… 車·ICT·장비업체 ‘무한경쟁’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7-09-11 22:44
업데이트 2017-09-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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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업체 간 협업 ‘미래자동차 생태계’ 주도권 잡기 치열

# 궂은 비가 내리는 월요일 아침, 김 과장이 승용차 시동을 걸자, 내비게이션이 질문을 던진다. “오늘 서울 강수량은 30㎜, 영동대로 구간에 고장 차가 서 있어 이미 혼잡합니다. 다른 길로 갈까요?”, “뒷길이 더 빠르면 그 길로 가자”, “경로를 변경합니다. 예상주행 시간은 35분 45초입니다.” 김 과장은 운전대를 잡는 대신 인공지능(AI)이 장착된 주행 시스템에 대고 “뉴스 모드로 운전해 줘”라고 말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주변으로 뉴스가 자막으로 깔리며 방송영상이 나온다. 그 사이 차는 신호등과 경찰청 교통신호 제어 시스템, 앞뒤 차량, 기상청 날씨예보 시스템 등과 쉼 없이 교신한다. 사각지대에서 자전거를 탄 아이가 도로 위로 튀어나왔지만, 차가 예상했다는 듯 천천히 속도를 줄여 사고를 피한다.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자전거를 탄 아이가 감속 없이 차로를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변 차들에게 일러 준 덕이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한 차량은 공간감지센서를 이용해 알아서 평행주차를 한다.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기업 ‘모빌아이’의 충돌방지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 전면. 모빌아이 홈페이지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기업 ‘모빌아이’의 충돌방지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 전면.
모빌아이 홈페이지
더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업종 경계가 허물어진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개발 경쟁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정보통신(IT) 기업, 통신 서비스 업체에 부품·장비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통신기업·전자업체, 혹은 완성차 업체·통신기업 간 제휴 같은 이종 협업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자동차가 휴대전화에 이어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미래 자동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선두싸움이 뜨겁다.

커넥티드카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차다. 다른 차량, 교통 신호, 교통 표지판, 기지국, 뉴스센터, 회사 서버 등과 소통을 하면서 달린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교통안전정보를 받으며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차 안에서 사무를 보고 AI가 골라준 음악을 듣거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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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분석업체 IHS마킷은 2015년 2400만대였던 전 세계 커넥티드카 판매량이 2023년에는 725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이 중 자율주행차는 2020년 1000만대, 2035년 21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분석업체 TMR은 커텍티드카 시장이 2019년에 1320억 달러(약 1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안정성·보안 문제가 해결되면 2040년 신차 시장의 자율주행차 비중이 100%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커넥티드카의 2가지 핵심 플랫폼은 차량소통기술(V2X·Vehicle to Everything)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in-vehicle infotainment)다. V2X는 차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다른 차와 교통사고, 신호등 고장, 터널 청소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자동차에 장착된 카메라나 센서가 탐지하지 못하는 사각 지역의 상황을 체크한다.

IVI는 스마트폰 없이 정보 검색, 영화, 음악,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커넥티드카의 보급이 활발해지면 자동차 원격진단이나 주행거리, 급가속, 주행장소, 급회전 등 운전자 성향을 반영한 자동차 보험과 같은 전혀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빅데이터·무선통신 결합

커넥티드카는 AI, 빅데이터, 무선통신 기술까지 결합된 최첨단 기술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 내장형으로, 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형으로 커넥티드카 통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협업이 조명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진영의 대표 기업으로는 구글, 애플, 바이두, 퀄컴, 인텔, 텐센트 등이, 완성차 업계에서는 벤츠, GM, BMW, 테슬라,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이 경쟁 중이다.

또 엔비디아, 다임러, 보쉬 등 부품·장비업체나 리프트,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도 제휴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필요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수준이 2020년 목표다.

구글은 크라이슬러 등과 커넥티드 미니밴을 시범 운행 중이고, 2014년에는 IVI 플램폼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내놨다. 애플도 IVI 맞수 ‘카 플레이’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엄 ‘다임러’는 최근 중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모멘타’에 투자했다.

자율주행의 창시자인 테슬라는 2015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토 파일럿’을 탑재한 바 있다. 2015년 말 중국 IT기업 바이두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인 BMW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든 뒤 커넥티드카기술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AI 개발에 1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포드는 인텔과 함께 카메라 센싱,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카 및 카오디오 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40번째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험운행을 승인받았다.

LG전자 역시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 인수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었다. 지난 6일에는 SK텔레콤과 ‘LTE V2X’를 공동 개발해 한국도로공사 여주 시험도로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다.

이를 포함해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소는 20여곳이다. SK텔레콤은 서울대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5G 커넥티드카인 ‘T5’ 시연회를 열었다. KT는 최근 테슬라와 실시간 교통정보 기반 내비게이션, 교통 돌발 상황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텔레매틱스를 구축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 차량에 장착되는 커넥티드카 시스템이 KT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의미다. KT는 글로벌 차량안전 솔루션 기업인 ‘모빌아이’와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지난달 15일부터 경기 화성 일반도로에서 V2X의 실제 주행 연구를 시작했다.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지난 8일 자율주행차 핵심센서인 ‘라이다’(LiDAR)를 개발하는 이스라엘 ‘이노비즈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카셰어링 기업 그린카와 손잡고 지난달 17일 IVI 플랫폼 ‘어웨이’(AWAY)를 선보였다. 어웨이에서 네이버 로그인을 하면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것처럼 차량 안에서 미디어, 내비게이션 등을 쓸 수 있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개발한 ‘서버형 음성인식’을 오는 15일 출시되는 ‘제네시스 G70’에 적용한다.

●사이버 보안·사생활 보호 과제

커넥티드카 시장은 아직 초기인 만큼 기반기술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보안 및 윤리 문제 등도 풀어야 한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어느 기업도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단계로 국내 기업들이 커넥티드카 기반 기술을 잘 갖춰야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부문에서는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가 지난 2년간 테슬라를 해킹해 공개하고, 테슬라 측이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연구원들은 해킹을 통해 19㎞ 떨어진 곳에서 시동을 걸거나 브레이크를 작동시켰고, 차량 문을 열거나 닫았다. 만일 수많은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커넥티드카가 해킹되면 테러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커넥티드카가 인명 사고를 눈앞에 두었다면, 운전자 보호가 우선인지 차량 바깥의 생명이 우선인지 선택해야 하는 윤리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법제 정비도 시급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15년 8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자율주행차의 시험 운영 근거 등이 마련됐지만, 커넥티드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 관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7-09-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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