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홍콩독립 vs 류샤오보 사망 축하 ‘대자보 싸움’… 분열되는 홍콩

홍콩독립 vs 류샤오보 사망 축하 ‘대자보 싸움’… 분열되는 홍콩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9-10 22:24
업데이트 2017-09-10 23: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홍콩 대학들이 최악의 대자보 논쟁에 휩싸였다. 반중파와 친중파가 벌이는 대자보 싸움이 패륜 논란을 거쳐 채용 거부 사태에 이르고 있다.
●대학 내 반중파·친중파 감정싸움

사건은 개강일인 지난 4일에 시작됐다. 홍콩중문대 교정에 ‘홍콩독립’(왼쪽)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현수막 옆에는 홍콩 정부를 비판하고 토론의 자유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학 당국은 즉각 철거했다. 그러자 독립파 학생들은 이튿날 교정 내 다른 장소인 문화광장 중앙에 또다시 같은 현수막을 걸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민주벽’ 주변은 “홍콩 독립을 위해 싸우자”라는 대자보로 도배됐다.

이는 최근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독립 세력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 것에 대한 공공연한 저항이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독립 주장은 국가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로 좌시할 수 없다”며 주동자를 처벌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주축인 친중파들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현수막과 대자보를 떼어 냈다. 대자보 철거에 앞장선 본토 출신 여학생은 중국 인터넷에서 영웅이 됐다. 독립파 학생들이 몰려와 대자보를 철거하는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마침내 지난 7일 오후 홍콩교육대의 ‘민주벽’에는 아들을 잃은 홍콩 교육부 차관을 향해 “축하한다”고 비아냥대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크리스틴 추이 교육부 차관의 아들(25)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투신자살을 하자 일부 극렬 독립파 학생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즉각 패륜 논란이 일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냉혈 인간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독립파 대자보에 채용 거부 선언도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논란은 더 커졌다. 대학 측은 즉각 유족에게 사과하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홍콩교육대 총학생회는 “표현의 자유를 행동에 옮긴 것”이라며 오히려 대자보를 쓴 학생들을 두둔했다. 그러자 홍콩 내 524개 초·중·고교 교장들이 교육대학 학생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이 중 10개 학교는 이 대학 출신 교생들을 돌려보냈다. 일부 학교는 “홍콩교육대 출신을 뽑지 않겠다”며 채용 거부 선언도 했다.

9일에는 친중파 학생들이 맞불을 놓았다. 홍콩교육대와 시티대에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죽음을 ‘축하’하는 대자보가 붙은 것이다. “류샤오보의 사망과 아내 류샤의 가택연금을 축하한다”(오른쪽)는 글이 각 대학 ‘민주벽’을 도배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최근 간암으로 옥중 사망했다. 대학과 정부 당국이 이 대자보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교육대 총학생회는 “학교와 정부가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봉합될 수 없는 갈등 표출” 우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친중과 반중으로 갈라져 더이상 봉합될 수 없는 홍콩의 갈등이 대자보 사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9-11 12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