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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잔혹/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잔혹/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7-08-31 22:56
업데이트 2017-09-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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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떠돌다 ‘충왕전’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 사슴벌레, 지네, 장수풍뎅이, 전갈, 사마귀, 장수말벌, 하늘소 등 한덩치에 한주먹(?) 하는 곤충들을 유리 상자에 넣어 싸움을 붙이고는 어느 쪽이든 죽음을 맞을 때까지 지켜보는 ‘놀이’다. 일본에서 한때 크게 유행해 진행자와 해설자까지 붙어 TV로 중계까지 했다니, 그들의 잔혹함과 옹색함이 새삼스럽다. 하기야 그들만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우리도 지방 어느 구석에선 여전히 투견과 투계가 벌어지고 피 묻은 판돈이 오간다.

전승무패의 복서 메이웨더와 종합격투기 선수 맥그리거가 벌인 3450억원짜리 격투에 세상이 들썩였다.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도시 파에스툼에 그려진 벽화에 검투사가 나오는 걸 보면 싸우고 죽이도록 디자인된 인간의 유전자는 분명 인간이라는 운반체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것만도 같다.

궁금해진다. 인간의 이 ‘싸우고 죽이기’ 유전자가 언젠가는 인공지능(AI)에 이식되지 않을까. 그래서 수만의 로봇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간 검투사들이 목숨 걸고 피 흘리며 싸우게 되지는 않을까. 한낱 공상일까.
2017-0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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