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 지평 넓혀가는 ‘무비 저널리즘’

‘공범자들’ 8일 만에 10만 관객
‘노무현입니다’는 누적 185만명
‘밤섬해적단…’ 등도 개봉 대기


탐사보도 확대·달라진 사회 영향
“이슈·지명도가 흥행 좌우 한계”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흥행하며 영화 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개봉 대기 중인 작품들도 많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공범자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이 개봉 8일 만인 이날 누적 관객 10만명을 돌파했다. MBC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PD가 연출하고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제작한 ‘공범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기를 맞고 있는 공영방송의 공공성·독립성 훼손 논란을 짚은 작품이다. 개봉 첫날 186개 스크린으로 출발했는데 관객 호응에 힘입어 230개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에 맞춰 개봉한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는 추모 열기와 맞물려 누적 관객 185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크린에 걸린 ‘자백’(감독 최승호)도 누적 관객 14만명을 기록했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자백’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도 관객 20만명에 육박하는 성적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을 조명한 첫 다큐 영화로 주목받았다. 독립 영화 영역에 속하는 다큐, 특히 감성 다큐, 종교 다큐에 견줘 관객 1만명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던 정치·사회 다큐로는 이례적인 흥행 릴레이다.
안녕 히어로
정치·사회 다큐 영화의 개봉은 계속된다. 국가보안법을 풍자하는 록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감독 정윤석)가 24일 개봉한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가수 김광석의 자살과 관련한 의혹을 추적한 ‘김광석’(감독 이상호)과 30분가량의 미공개 영상을 보탠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이 극장에 걸린다. 새달 7일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의 일상을 담은 ‘안녕 히어로’(감독 한영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다룬 ‘저수지 게임’(감독 최진성)이 나란히 간판을 내건다. ‘안녕 히어로’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해고 노동자 아빠와 처음에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점점 다가가게 되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며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수지 게임’은 2012년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더 플랜’(누적 관객 3만 4000명)을 선보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 최진성 감독의 합작품이다.

정치·사회 다큐 영화가 쏟아지는 까닭으로는, 우선 TV 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시청자들을 잃고 있는 사이 탐사 보도의 플랫폼이 영화 영역으로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무비 저널리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지난해 촛불 집회가 이끌어낸 정권 교체와 맞물려 변화한 사회 분위기 속에 이 같은 작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룬 다큐를 부담스러워하던 멀티플렉스의 자세가 달라진 것도 정치·사회 다큐의 잇단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에서도 상영되며 그만큼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일반 상업 영화보다 더 큰 규모로 상영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입니다’의 경우 최고 700개 후반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다큐에 대한 관객들의 수요가 높아진 것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흐름이 전체 다큐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철 평론가는 “다루는 이슈나 제작 관계자의 지명도에 따라 흥행의 편차가 크다”며 “흥행작들 못지않게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완성도를 갖췄어도 철저하게 외면받는 작품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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