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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승부수… 자국 일자리 감싸고, 동유럽 노동자 때리기

마크롱의 승부수… 자국 일자리 감싸고, 동유럽 노동자 때리기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8-24 17:56
업데이트 2017-08-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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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첫 순방지 오스트리아서 “저임금 노동자 파견 EU지침 개정”

일자리 문제 압박해 위기탈출 시도… 폴란드·체코 “동서 갈등 조장” 비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동일 노동·동일 임금’을 주장하며 동유럽 출신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1차적으로는 ‘보호주의’ 기조를 내세워 현재 37% 안팎으로 떨어진 자국 내 지지율를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서유럽 선진국들의 오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어서 EU 28개 회원국(영국 포함) 간의 동·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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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두 번째)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첫 번째)가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에서 크리스티안 케른(오른쪽 두 번째) 오스트리아 총리, 부인 에벨리네 슈타인베르거(첫 번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두 번째)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첫 번째)가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에서 크리스티안 케른(오른쪽 두 번째) 오스트리아 총리, 부인 에벨리네 슈타인베르거(첫 번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AP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크리스티안 케른 총리와 회동한 뒤 “EU의 현행 파견노동자 지침은 유럽 정신에 대한 배반”이라며 “동일한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스트리아에 이어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차례로 방문해 설득하고 오는 10월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1996년 제정된 ‘EU 회원국 간 파견노동자 지침’에 따르면 한 회원국에서 다른 회원국으로 일정 기간 파견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현지 기업들이 법정 최저임금만 준수하면 되고 파견노동자들은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기업주들은 자국 근로자를 채용하면 고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사회보장세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는 당시 유럽통합을 촉진하고 EU 회원국 간 인력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당시에는 15개 회원국 대부분이 선진국으로 소득수준 격차가 크지 않아 이 지침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이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회원국들보다 1만 5000~2만 달러 뒤지는 옛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하면서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동유럽 출신 노동자들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이 2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일자리는 물론 조세 수입을 사실상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지며 동유럽 노동자 유입은 ‘사회적 덤핑’이라고 불릴 정도에 이르렀고, 프랑스인들의 반감이 고조됐다.

마크롱 정부는 동유럽 국가들의 서유럽 파견근로를 1년으로 제한하고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이 파견국에 사회보장세를 납부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EU의 난민 의무할당 정책 등으로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은 마크롱 대통령의 자국 이기주의에 반발하고 있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로이터통신에 “EU 회원국들의 생활수준 격차를 해소해 근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8-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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