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로 잔해 더미 계속 두드려 구조대에 위치 알려 무사히 구조
지진의 잔해 속에서 열한 살과 여덟 살, 생후 7개월 된 3형제가 모두 무사히 구조되면서 이탈리아 전역이 환호했다. 맏형이 지진에 침착하게 대응해 자신과 동생의 목숨을 지켜냈다.지진 현장서 돌아온 삼형제…동생 살린 11세 ‘꼬마 영웅’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의 이스키아섬 지진 피해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3형제가 차례로 구조되는 모습. 생후 7개월짜리 막내 파스콸레 마르몰로(왼쪽 사진)가 이날 오전 4시, 8세 마티아스(가운데)가 오전 11시, 11세인 장남 치로(오른쪽)가 오후 1시에 구출됐다. 치로는 지진 당시 마티아스를 침대 밑으로 피신시키고 지진이 멈춘 뒤에는 빗자루로 잔해를 두드려 자신과 동생의 구조에 큰 역할을 해 ‘꼬마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스키아 AFP 연합뉴스
이스키아 AFP 연합뉴스
구조대는 먼저 부엌이 있었던 위치에서 막내를 발견해 구해냈다. 구조대는 이어 잔해를 두드리는 소리를 따라가 치로와 마티아스를 찾았다.
치로는 지진 발생 당시 방에 함께 있던 마티아스를 침대 밑으로 잡아 끌어 큰 부상을 피하게 했고, 지진이 멈춘 뒤에는 빗자루 손잡이로 잔해 더미를 계속 두드려 위치를 알렸다. 이스키아섬 경찰은 “치로 덕분에 형제가 매몰된 곳를 찾았다. 자신과 동생,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 관계자는 “3형제를 모두 구해 낸 것은 기적”이라고 밝혔다.
3형제가 입원한 병원에 따르면 치로는 찰과상을 입었고 오른쪽 발가락이 골절됐다. 두 동생은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안정을 찾은 치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돼) 다시 빛을 봤을 때 신이 처음 떠올랐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파괴돼 지금까지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상대적으로 지진의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섬의 많은 건물이 법으로 규정된 내진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8-24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