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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굴기에… ‘지프’도 중국車 되나

中 자동차 굴기에… ‘지프’도 중국車 되나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8-22 22:36
업데이트 2017-08-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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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창청車 “인수 추진 중”… 크라이슬러 측은 접촉 사실 부인

中정부, 車 산업 발전 위해 총력… 지리車도 볼보·로터스 등 인수

중국의 ‘자동차 굴기(崛起)’가 어느새 미국의 크라이슬러까지 넘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막대한 자본으로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인수해 세계 자동차 산업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경제매체들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의 창청(長城)자동차가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인 미국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지프(Jeep) 브랜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크라이슬러 측은 접촉 사실을 부인했으나, 왕펑잉 창청자동차 사장은 “지프를 사들일 의사가 있으며, 협상을 위해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프는 한 해 세계적으로 140만대 이상이 팔려 크라이슬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만일 창청자동차가 지프를 인수하면 포드·제너럴모터스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인 크라이슬러가 중국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 군용차량의 대명사가 된 지프가 중국에 인수되는 게 가시화하면 미국 내에서는 여러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1984년 설립된 창청자동차는 트럭을 생산하다가 1990년대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3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발’을 출시하며 “하발을 제2의 지프로 만들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지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발은 지난해 중국에서 58만대가 팔려 글로벌 메이커를 모두 제치고 SU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창청자동차보다 해외 인수합병(M&A)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지리(吉利)자동차다. 2010년 스웨덴 볼보를 15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리자동차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의 ‘국민차’ 프로톤과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를 사들였으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를 만드는 미국 벤처기업 테라푸지아도 인수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창청과 지리가 민간기업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후진국이었던 중국은 국유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절반씩 지분투자를 해 현지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켰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합작한 ‘베이징현대’가 대표적이다. 거대 국유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민간기업이 해외 M&A를 주도할 정도로 성장한 셈이다.

민간기업 성장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2025년까지 제조업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키워 국유기업과 경쟁을 붙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WSJ는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호텔, 스포츠 구단,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하는 것을 자본 유출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면서도 자동차와 같은 전략산업 인수는 적극 지원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지지만 있으면 기업가치가 160억 달러(약 18조 1500억원)인 창청자동차가 207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지프를 인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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