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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희박하지만 언제나 주둔할 거란 환상도 버려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희박하지만 언제나 주둔할 거란 환상도 버려야”

강병철 기자
입력 2017-08-18 22:08
업데이트 2017-08-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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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 분석

“배넌 발언, 美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
“미군 변수로 보고 안보전략 세워야”

스티브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16일(현지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핵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북 정책에 관한 미국 내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로, 지금으로서는 백악관이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의 존재 역시 변수로 보고 국가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배넌의 발언에 대해 “미국 내 여러 대북 정책 중 하나로 남북 긴장을 같이 줄여 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온 얘기”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백악관은 국내 정치가 시끄러운 상황이라 정책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면서 “미국 내에서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좀더 목소리를 내고 상황을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백악관의 외교안보 라인은 군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주한미군 철수가 공식 검토될 가능성은 적다”면서 “주한미군 철수 검토는 백악관 내부의 생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위원은 “배넌은 백악관 인사 중에서도 고립주의 성향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 같은 얘기를 할 수는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기는 했지만 백악관 내 정책결정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대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넌의 이 같은 발언이 백악관 내 혼란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현재 백악관의 권력 핵심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으로, 배넌은 ‘파워게임’에서 밀려났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배넌의 주한미군 철수 검토 발언은 미국 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빅딜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중국의 협력을 얻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 내 현실주의자들의 사고에는 항상 이 같은 생각이 존재한다”며 “배넌의 발언은 한반도 문제는 미·중 대결 문제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로 거래를 해야 된다는 미국 내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원장은 “핵 동결이든 주한미군 철수든 부담은 결국 우리가 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무조건 평화만 얘기할 게 아니라 비핵화 의지를 더 강하게 밝히고 다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제나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했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도 그 옵션 중 하나로 거론됐을 수 있다”며 “주한미군은 해방 이후 4번이나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는 미국이 늘 우릴 도울 것이란 생각을 하다가 이런 주장을 들으니 놀라운 것”이라며 “한·미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가능성은 작지만 주한미군 철수 역시 늘 염두에 두고 국가안보를 지켜 나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08-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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