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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한반도·일자리… 감성언어로 공감 끌어낸 ‘연설문 정치’

평화·한반도·일자리… 감성언어로 공감 끌어낸 ‘연설문 정치’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7-08-16 22:32
업데이트 2017-08-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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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취임 전후 발언 분석

후보 시절 ‘정권·교체’ 단어 최다
취임 후 北 위협… 안보 전면 부상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38차례의 현장 유세에서 ‘정권교체’와 ‘안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뿌리째 흔들렸던 나라를 나라답게 복원해야 한다는 정권 교체 프레임을 앞세워 승리했다.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지금은 그 자리를 ‘평화, 북한, 한반도, 일자리’란 단어가 대신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부터 북한의 ‘괌 포격’ 위협까지 두 달여간 외교안보 현안이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북한 이슈 관련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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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연설문 절반 외교안보 분야 쏠림

16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15 광복절 경축사 등 각종 기념일 연설과 미국·독일 등 해외 순방에서의 주요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20개 중 절반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한·미 동맹 등 외교안보 분야에 몰려 있었다. 평화, 북한, 한반도, 남북, 세계, 핵, 미국, 동맹, 국제, 대화 등이 다빈도 언급 단어 앞 순위를 차지했다. 현재 문 대통령의 관심이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의 실마리를 찾는 데 쏠려 있음을 짐작게 한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군사 긴장이 고조된데다,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6·25전쟁 67주년, 8·15 광복 72주년,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행사가 상반기에 몰려 외교안보 관련 국정 메시지를 표출할 기회도 많았다. 문 대통령은 그때마다 공식 연설을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고, 구체적인 대북 제의를 했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모두 차단된 상황에서 주요 연설이 대북 소통 창구 구실을 해온 셈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해온 만큼 ‘일자리’도 다빈도 언급 단어 4위를 차지했다. 발전, 정책, 성장, 원전, 산업 등 경제·에너지 관련 단어도 20위 내에 들었다. 안전, 투자, 해양, 올림픽, 환경 등 사회 전반의 다양한 정책 용어를 언급한 횟수도 늘었다.

거대담론적 언어의 비중이 준 것도 특징이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세력, 통합, 지역, 발전, 개혁, 정의, 민주, 희망, 혁신 등 추상적 개념이 담긴 언어를 유독 많이 썼다. ‘촛불혁명’으로 분출된 사회 전반의 개혁 요구와 통합의 시대정신에 부응할 후보임을 보여주려면 이런 단어를 동원해 자신이 구상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대국민 연설로 추경 문턱 직접 뚫어

취임하고서도 역사, 민주, 통일, 조국, 혁명이란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긴 했으나, 빈도는 낮다. 후보 시절엔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상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좀 더 구체성을 띤 단어들로 그 내용을 채워가는 중이다.

문 대통령 연설의 특징은 ‘공감 연설’이다. 상투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말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를 두고 ‘연설문 정치’란 평가도 나온다. 후보 시절보다 감성적 언어 사용은 두드러진다.

현충일 추념사에선 독립운동가, 6·25전쟁 호국영령과 서해를 지킨 용사,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민주 열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봉제공장의 ‘여공’을 차례로 호명하며 국민 감성을 움직였다.

문 대통령의 개인사(문 대통령의 부모가 이 전투 이후 있었던 흥남 철수로 남쪽으로 이동)와 역사를 매끄럽게 연결해 한·미 동맹의 공동 가치를 부각시킨 장진호 전투기념비 추모연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 문턱에 걸렸을 때는 대국민 연설로 꽉 막힌 정국을 직접 돌파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7-08-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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