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검출 7곳 중 6곳 친환경 농장… 민간기관 ‘인증’ 구멍 숭숭

검출 7곳 중 6곳 친환경 농장… 민간기관 ‘인증’ 구멍 숭숭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08-16 23:44
업데이트 2017-08-17 00: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친환경 마크’ 믿을 수 있나

친환경 마크를 붙여 판매하는 달걀에서 인체에 해로운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정부의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정부 보증을 믿고 비싼 값의 친환경 달걀을 사 먹었던 소비자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허술한 인증 검사를 강화하고 친환경 인증제도의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기 안양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연구원들이 전국 양계농가에서 수집한 달걀의 살충제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6일 경기 안양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연구원들이 전국 양계농가에서 수집한 달걀의 살충제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총 7곳이다. 이 가운데 6곳이 친환경 농장이다.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과 강원 철원 지현농장은 금지 살충제인 피프로닐을 썼다가 적발됐다.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독성 강한 살충제다. 검출량도 국제 허용 기준치(0.02㎎/㎏)의 각각 1.8배와 2.8배다. 나머지 4곳은 비펜트린 성분이 든 살충제를 썼는데, 이것도 일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은 쓸 수 있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은 절대 써선 안 된다. 전북 순창의 한 친환경 농장은 국내 허용기준치(0.01㎎/㎏)에는 못 미치지만, 친환경 농가가 쓰면 안 되는 비펜트린이 0.006㎎/㎏ 검출돼 무항생제 달걀 표시 정지 처분을 받았다. 친환경 농장에서 살충제 달걀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조차도 시인한다.

이 정도면 친환경 달걀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친환경 농장은 780곳으로 전국 산란계 농장의 54%에 해당한다. 전체 산란계 농가가 매일 3571만개의 달걀을 생산하는데, 56%인 2000여개가 친환경 농장에서 나온다.
친환경 달걀은 크게 무항생제 달걀, 유기농(유기축산) 달걀로 나뉜다. 무항생제 농장이 765곳, 유기축산 농장이 15곳 있다. 무항생제 농장은 항생제를 넣지 않은 사료를 먹여 산란계를 키운다. ‘닭장 아파트’인 케이지에서 사육할 수 있다. 유기축산 농장은 케이지에 닭을 가둬선 안 된다. 무항생제든 유기축산이든 관계없이 친환경 농장이라면 유기합성농약과 동물용 의약외품(살충제)을 축사는 물론 축사 주변에도 사용해선 안 된다.

이번에 적발된 친환경 농장주 가운데 일부는 “닭에 직접 약을 뿌렸다”고 털어놓았다. 농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자 관계당국의 관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는 방증이다.

친환경 농장은 3월과 8월 연 2차례 잔류 농약 검사를 받는다. 유통 단계에서 시료를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하는 조사와 생산농장에서 검사하는 전수검사다. 금지 살충제인 피프로닐은 지난해 9월부터 검사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2차례 검사에서는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농장 관계자는 “날씨가 덥지 않은 봄가을에는 닭 진드기가 많이 없어서 약을 칠 필요가 없다”면서 “가장 무더운 7~8월에 기승을 부리는 진드기 때문에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줄어드니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약을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잔류 농약 검사를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용과 효과 문제 때문에 농약의 유혹에 빠지는 농장주도 적지 않다. 이상혁 농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장은 “친환경 농장도 사용이 허가된 천연 약제는 쓸 수 있는데 값이 비싸고 유기합성 농약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친환경 달걀에 대한 소비자 기대를 친환경 인증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어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를 대신해) 친환경 인증을 주는 민간기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정확하고 쉬운 매뉴얼을 만들어 농장주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인증 위탁기관은 전국에 63곳이 있다. 위탁 업무 및 위탁기관 관리 책임은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8-17 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