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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남유럽 산불… 정치 무능·정책 실패가 피해 더 키워

‘이상기후’ 남유럽 산불… 정치 무능·정책 실패가 피해 더 키워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8-14 22:44
업데이트 2017-08-1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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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 남부 등 남부 유럽에서 무더위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지난 주말 새 산불 피해가 잇따랐다.

●포르투갈, EU 피해의 3분의1 차지

포르투갈 소방 당국은 13일(현지시간) “지난 12일 하루에만 268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1일 발생 건수로는 최다 기록을 세웠다”며 “소방인력 4000여명이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11일에는 220곳에서 산불이 발생했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자국의 힘으로 진화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결국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했다. 포르투갈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계속된 지난 6월에도 대형 산불로 64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올해 포르투갈의 산불 피해 면적은 전체 28개 EU 회원국 산불 피해 면적의 3분의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긴축 재정에 시달려온 그리스에서도 지난 12일 53곳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13일 오후에는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불과 44㎞ 떨어진 관광도시 칼라모스의 소나무 숲으로까지 확산돼 밤새 2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사방으로 퍼져 아테네시를 향하자 이 지역 도로망 대부분을 폐쇄하고 어린이 캠핑장 두 곳에 대피령을 내렸다. 당국은 그리스 서부의 자킨토스섬에서도 12일 밤에서 13일 새벽 사이 5곳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10일 이후 남부 지중해 연안에서 잇따라 발생한 거센 산불로 임야 2100㏊(21㎢)가 전소됐고 이 중 코르시카섬에서만 2000㏊가 불탔다. 이는 시속 90㎞에 달한 계절풍 ‘미스트랄’에 따른 것이다. 제라르 콜롱 프랑스 내무장관은 1200여명의 소방 인력이 24시간 동안 소방헬기로 300차례에 걸쳐 진화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최근 남부 유럽 일대의 산불은 이상 기후로 고온 건조한 날씨가 1차적 원인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무능과 잘못된 정책, 방화 등 인간의 잘못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산불은 불에 타기 쉬운 유칼립투스 나무의 무분별한 식재와 관리 부실이 가져온 참사로 분석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목재가 국가 기간산업인 포르투갈의 임야 소유자들은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제지산업에 충당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소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앞다투어 재배했다. 종이의 원료인 유칼립투스 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불이 붙으면 불길이 쉽게 번지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포르투갈 정부가 전체 산림의 3%만 국유지라는 이유로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 사유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관리를 방치하거나 지방 정부에 책임을 전가해왔다는 데 있다. 포르투갈 집권 사회당은 뒤늦게 사유화된 산림을 통제하려는 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하지만 지주들의 저항에 부딪혀 입법에 실패했다.

●그리스 “90% 이상이 인간에 의한 것”

그리스의 소방 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산불의 90% 이상이 고의이든 과실이든 인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2015년 7월에도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성 2명이 꿀을 따기 위해 벌집에 불을 붙였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야간에 비행할 수 있는 소방 헬기가 부족해 산불을 진압하기 역부족이라고 밝혀 긴축 재정에 따른 장비 부족이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8-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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