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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에 휘청거리는 EU

‘살충제 달걀’에 휘청거리는 EU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8-09 01:54
업데이트 2017-08-0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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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지 벨기에 당국 알고도 ‘쉬쉬’…한 달 지나서야 발표해 비난 쇄도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동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로 알려진 벨기에는 보건 당국이 지난 6월 초 달걀이 오염됐음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나 인력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유럽연합(EU) 체제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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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불필요한 살처분 중지하라”
동물보호단체 “불필요한 살처분 중지하라” 살충제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생산돼 유럽 전역으로 확산, 대규모 회수 및 산란계 살처분이 진행되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네덜란드 비테벤의 한 양계장 앞에서 ‘불필요한 가스 살처분을 중지하라’ 등을 적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네덜란드 정부는 산란계 30만 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추가로 수백만 마리를 살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테벤 AFP 연합뉴스
안나 카이사 이트코넨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과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농가에서 나온 살충제 달걀이 얼마나 유통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살충제 달걀이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와 영국 등지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0일 벨기에 보건 당국이 일부 달걀에서 벼룩이나 이를 잡는 데 쓰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다. 피프로닐은 다량 섭취할 경우 신장, 간, 갑상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식용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도 26일과 31일 각각 자국에서 살충제 달걀이 발견됐다고 발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각국은 벨기에의 일부 살충제 업체가 닭에게 기생하는 진드기를 잡기 위해 피프로닐과 혼합된 살충제를 자국과 네덜란드의 닭 농장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전국 닭 농장의 5분의1인 138개 농장을 폐쇄하고 30만 마리의 닭을 폐기처분했다. 벨기에 역시 전체 달걀 생산업체의 4분의1인 57개 회사의 농장을 폐쇄했다. 독일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는 수입 달걀 300만개를 전량 폐기했다.

특히 달걀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빵,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파스타 등이 피프로닐에 2차로 오염됐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식품연맹(FNLI)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 식품의 경우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농도가 낮아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인 ‘푸드와치’는 “검사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반발했다.

문제를 한 달 이상 은폐한 벨기에 보건 당국에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카트리앙 스트리지에 벨기에 식품안전담당기구 대변인은 “6월 초에 우리나라의 한 회사가 피프로닐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됐다고 알려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당시 검출된 피프로닐이 EU 기준치를 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이며 7월 말까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8-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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