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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이행을” 취임하자마자 ‘찬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취임하자마자 ‘찬물’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8-04 01:14
업데이트 2017-08-0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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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무상에 ‘고노 담화’ 주역의 장남 고노 다로

한국측 입장에 ‘반대’ 밝힌 셈
부친은 日 위안부 강제성 인정
일각선 “아베 위기 타개 인선”

일본 정부의 새 외교 수장에 고노 다로(54) 전 행정개혁담당상 겸 공안위원장이 3일 임명됐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일본 정부가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장남이다.

이런 배경을 지닌 그의 외무상 임명에 한·일 관계 개선의 기대도 있었지만, 고노 다로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해 그의 역할의 한계를 보여줬다. 더욱이 그는 “(위안부 문제는)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와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시대에 확인한 한·일 합의로 끝났다”고 강조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한국 측 입장에 기존 아베 정권의 기조에 맞춰 반대 의견을 명확히 내세운 것이다. 그는 “이웃 나라 한국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안전보장과 경제면에서 관계를 깊게 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양국 간 관계 개선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고노 외무상은 또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도 깊게 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인 고노 전 장관과 달리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개인적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아 왔다. 2015년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아베 내각에 입각한 직후, 그는 고노 담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개인적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2013년에는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퍼트린 녀석”이라고 공격하는 트위터 글에 “내가 뭔가를 했나”라며 자신의 뜻은 아버지와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그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은 한·일 관계를 전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와는 별개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학원 스캔들로 최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위험 수위인 20%대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이라 고노 외무상의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지지율 반등과 정권 안정을 꾀하려는 인선이라는 분석이다. 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에 주력해온 아베 정권에서 새 외상으로 몸담은 이상 운신의 폭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견을 보인 그의 역사 인식,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던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 등은 향후 한·일 과거사 해법 도출 등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는 남아 있다. 한국 정치인들과 잘 통했던 친한파 정치인인 아버지처럼 그 역시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한·일 우호 교류에 힘써 왔고 일·한 의원연맹에서도 활동했다.

선 굵고 거침없는 직언파로 ‘자민당의 이단아’로 불려온 그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원전 제로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 아베 총리의 원전 정책을 비판해 왔다. 7선 중의원 의원으로 명문 게이오대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한편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강경화 장관은 고노 신임 일본 외무상의 취임을 축하하고, 한·일간 미래 지향적이고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협력하길 희망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고노 외무상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8-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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