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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이단아’ 한일 관계 개선 물꼬 틀까

‘자민당 이단아’ 한일 관계 개선 물꼬 틀까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8-03 18:20
업데이트 2017-08-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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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무상에 ‘고노 담화’ 주역의 장남 고노 다로

일본 정부의 새 외교 수장에 고노 다로(54) 전 행정개혁담당상 겸 공안위원장이 3일 임명됐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일본 정부가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의 장남이다.

그가 외무상으로서 한·일 관계에서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 아버지 고노 전 중의원 의장은 관방장관 시절인 1993년 옛 일본군 위안부 제도 운용과 관련한 일본군과 정부 관여를 인정한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로 고노 전 의장은 일본 우익들에 의해 ‘매국노’로 몰렸다. 고노 전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한국 정치인들과도 잘 통하던 친한파 정치인이었다. 이런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그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한·일 우호 교류에 힘써 왔고 일·한 의원연맹에서도 활동했다.

새 외무상의 이런 배경은 한·일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그는 아버지와는 달리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개인적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2015년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아베 내각에 입각한 직후 그는 고노 담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앞서 2013년에는 “종군위안부 문제의 거짓말을 퍼트린 녀석”이라고 공격하는 트위터 글에 “내가 뭔가를 했나”라며 자신의 입장은 아버지와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그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은 한·일 관계를 전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보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 자신의 권력남용 스캔들로 지지율이 위험수위인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고노 다로의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지지율 반등과 정권 안정을 꾀하려는 인선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NHK는 “아베 총리가 지명도가 높고 발언력이 있는 그를 다시 각료로 기용한 것은 중요 정책(외교 문제)에 집중하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해 온 아베 총리가 개혁적 인물을 내세워 국정 하반기에 외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산으로 풀이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이견을 보인 그의 역사 인식,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정치적 유산 등은 향후 한·일 간 위안부 문제 논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는 존재한다.

그가 오는 6∼8일 필리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선이 굵고 거침없는 직언파로 ‘자민당 이단아’로 불리는 그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원전 제로(0)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7선 중의원 의원으로 후지제록스 등 기업에서도 일했다. 명문 게이오대 경제학과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한편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강경화 장관은 고노 신임 일본 외무상의 취임을 축하하고, 한·일 간 미래 지향적이고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협력하길 희망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고노 외무상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8-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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