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팀장
이 ‘총각’에 낮춤의 의미는 없다. 그렇다고 높이는 것도 아니다. ‘총각’을 대접해 부를 필요가 생겼다. 이럴 때 ‘도령’을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도령’은 본래 평범한 ‘총각’들을 부르는 말이 아니었다. 다른 계층의 아들들을 부르던 말이었다. 옛날 양반 집안의 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부르던 말이 ‘도령’이었다. 같은 총각이더라도 양반 집안의 아들들은 ‘도령’으로 불린 것이다. 이후 양반 계층이 없어지면서 양반가의 ‘도령’들도 밀려났다.
그렇지만 ‘도령’의 높임말인 ‘도련님’이 다른 의미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도련님’은 남편의 남동생, 즉 총각인 시동생을 부르는 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남편의 총각 남동생은 형수에게 ‘도련님’으로 불린다. ‘도련님’이 결혼하면 ‘서방님’이 되지만, 젊은층에서는 거부감이 커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도련님’이란 호칭은 거부감을 넘어 저항감도 있다. 시동생의 나이가 아주 어려도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도 ‘도련님’이 된다. 오랜 관습이고 지켜야 할 예절이란 이름으로 유지된다.
2017-08-03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