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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서 ‘유전자 가위’로 돌연사 DNA 잘라냈다

인간 배아서 ‘유전자 가위’로 돌연사 DNA 잘라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8-02 22:56
업데이트 2017-08-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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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구팀 수정 전 교정기술 첫 성공 네이처誌 실려

한·미 공동연구진이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인간 배아에서 제거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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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교정기술은 수정 전 단계에서 난자에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주입함으로써 수정 후 교정하는 기존 교정기술의 한계로 지적됐던 ‘모자이크 현상’(교정된 정상 유전자와 교정되지 않은 돌연변이 유전자의 섞임)을 없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초과학연구원·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제공
한·미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교정기술은 수정 전 단계에서 난자에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주입함으로써 수정 후 교정하는 기존 교정기술의 한계로 지적됐던 ‘모자이크 현상’(교정된 정상 유전자와 교정되지 않은 돌연변이 유전자의 섞임)을 없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초과학연구원·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 공동연구팀은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잘라 내는 교정실험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일자에 실렸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면서 심부전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부르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도 50%의 확률로 유전돼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기존 교정기술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이후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정상으로 교정된 유전자와 교정되지 않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섞여 있는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수정 전 난자에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함께 주입하는 방식으로 모자이크 현상을 없애 교정 성공률을 높였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비후성 심근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유전될 확률이 기존 50%에서 27.6%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특히 이번 기술은 유전자 교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 바로 태아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도 즉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김 단장팀은 실험에 사용한 ‘크리스퍼 캐스9’ 유전자 가위를 제작하고 실험 후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 가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했다.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실제 인간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는 교정실험을 수행했다. 이처럼 역할을 분담한 이유는 국내에서는 생명윤리법이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을 연구 목적이라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기초연구에는 인간 배아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전자 교정 연구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의 돌연변이를 높은 정확도로 고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며 “단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은 1만 가지 이상으로 희귀질환이 많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8-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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