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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검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림자’ 지운다…2020년부터 사용

새 검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림자’ 지운다…2020년부터 사용

입력 2017-07-26 13:46
업데이트 2017-07-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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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기준 손질…독립운동사·북한 관련 내용 재검토 ‘정부 수립 vs 대한민국 수립’ 보충연구…국정화 강행으로 학생 피해

교육부가 폐기된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당초 예정보다 2년 늦은 2020학년도부터 학교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국정교과서의 영향을 받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도 다시 손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계와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국정교과서 폐지 후속조치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현재 개발 중인 검정교과서가 국정교과서의 연장선상에 있고, 기간이 부족해 교과서 집필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각계 요구사항을 분석해 교육과정·집필기준을 개정하고 당초보다 2년 연기한 2020년 3월 새 검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검정심사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역사학계와 언론, 시·도 교육청에서 제기한 교육과정·집필기준 개정 의견 140여건을 분석한 결과, 2020년에 새 교과서를 쓸 경우 이런 요구사항의 90%가량을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영민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장은 “한국사와 세계사의 내용 연계가 부족하다거나 독립운동사가 너무 축소됐다는 의견, 북한 관련 부정적 서술이 많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며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은 앞으로 연구를 더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새 역사교과서를 2020년에 학교에서 쓰도록 이달 말 교육과정 총론 부칙을 개정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검정교과서 개발은 중단하고, 다음 달부터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바꾼 뒤 내년 1월 검정교과서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운다.

앞서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했지만, 각계 반발에 부딪혀 올해 초 국정 체제를 국·검정 혼용 체제로 바꾸기로 하고 새 교과서 사용 시기도 2018학년도로 1년 미뤘다.

하지만 학계와 교육계는 검정교과서 제작 기간이 너무 짧아 교과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올해 제작에 들어간 검정교과서가 국정 역사교과서와 같은 2015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국정교과서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를 내놨지만 ‘오락가락 행정’이 교육현장의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다.

하지만 국정→국·검정 혼용→검정 등 교과서 체제가 계속 바뀌고 검정교과서 개발 시기가 늦춰지면서 학생들은 역사·한국사 과목만 옛 교과서(2009 개정 교육과정)를 쓰게 됐다.

남부호 교육과정정책관은 “이제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재구성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행 교과서를 계속 쓰게 된 데 따른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현장의 뜻을 거스른 교육부의 국정화 강행으로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다른 과목은 모두 신상품이 나왔는데 역사과목만 이월상품을 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사용 시점을 미루는 이유가 ‘다양성을 보장하고 질 높은 검정교과서를 보급해 교육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 뜻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교육부의 ‘자기 합리화’라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검정교과서 제작 중단으로 출판업계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2018학년도 적용에 맞춰 검정교과서 제작을 진행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교과서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고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했다”며 “하지만 출판사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각 출판사의 이해관계도 조금씩 달라 업계에서 뭐라고 이야기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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